[마루人] 박양화 주얼리 디자이너, 주얼리를 넘어 예술로 ‘오름’
[마루人] 박양화 주얼리 디자이너, 주얼리를 넘어 예술로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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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아트 젬 디자인연구소 박양화 대표(제공: 박양화 대표) ⓒ천지일보 2019.5.7
오름 아트 젬 디자인연구소 박양화 대표(제공: 박양화 대표) ⓒ천지일보 2019.5.7

 

오름 아트 젬 디자인연구소 박양화 대표

전통 소재를 표현한 작품 세계 구현해

“건축물의 조형적인 요소에서 영감 얻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 듯한 ‘기와지붕’의 곡선은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우리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사물놀이의 ‘상모돌리기’는 역동적이며 생명력이 넘친다. 한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한글’은 우리나라 언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하고 있다. 기와지붕을 표현한 누 미 반지, 상모돌리기 브로치, 한글 귀걸이까지. ‘오름 아트 젬 디자인연구소’ 박양화 대표는 자연과 전통문화를 모티브로 주얼리 디자인에 접목하여 한국의 아름다움과 문화의 우수성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 속에는 전통과 현대의 오묘하고 독특한 조화가 깃들어 있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운명적 만남, 주얼리 디자인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며 반복적 일상이 계속되던 어느 날, 매너리즘에 빠져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단조로움이 싫었고 회의감이 느껴졌다. 그러던 중 직장을 그만둘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가슴 뛰게 하는 것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것은 바로 보석 디자인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고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오름 아트 젬 디자인연구소 박양화 대표는 과감히 주얼리 디자이너의 삶을 택하고 27년을 묵묵히 걸어왔다.

“1992년이에요.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주얼리 디자인이었죠. 선진국으로 갈수록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발전 가능성이 있고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평소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의상· 인테리어· 그래픽 디자인과 같은 전문직 쪽으로 일을 바꿔보려 노력했지만 접근하기가 쉽지는 않았죠. 그래도 보석 디자인은 적성에 잘 맞아서 지금도 판단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한한 가치를 지닌 보석

박 대표의 마음을 빼앗은 보석의 매력은 무엇일까. 모두가 알고 있는 빛나고 아름답다는 것 외에 분명 무언가 더 있을 듯하다. 역시나 그가 말한 보석의 가치는 무한하다는 것에 있었다. “보석의 가치는 무한해요. 무한한 가치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새 생명을 불어 넣으면 그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환희와 매력을 느껴요.” 창조 작업을 즐겨하고 좋아하는 박 대표다운 답변이었다. 디자인을 하여 다듬고 완성된 결과물을 보면서 내손 안에서 하나하나 탄생하는 순간이 최고의 선물로 다가온다는 박 대표. 이러한 매력 때문에 주얼리 디자이너가 평생 직업이 되었고 디자인에 의해 살고 디자인에 미쳤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어릴 때부터 그는 뭔가 남들과 달랐다. 또 그러한 것을 좋아했다. 평범하고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것들보다 독특하고 튀는 것을 좋아했다. 만화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유년시절 직접 디자인해서 종이 인형을 그릴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났다. 그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평소 사물을 바라볼 때 그냥 보지 않고 다각적으로 상상하며 내·외적인 디자인적 요소를 찾는 방식으로 그만의 시각적인 훈련을 항상 습관처럼 하는데 이런 요소는 오늘날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표현된다. 박 대표의 작품은 자연이 담고 있는 순수성을 잃지 않으면서 이들의 존재 의미와 아름다움을 입체감과 선을 이용해 모던하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특징이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모든 사물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셈이다.

전통과 현대의 독특한 조화

그는 건축물에서 주로 영감을 얻는다. 건축물엔 조형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그 부분을 주얼리에 접목한다. 공간감 있고 조형적인 부분과 선을 표현한 디자인은 입체적이고 모던한 형태를 가진 박 대표만의 디자인이 나온다. 그는 또 선이 굵고 큰 볼륨감 있는 작품도 선호하고 작고 차가운 금속 면에 무수한 선들로 수놓아 큰 틀 안에서도 자연의 작은 떨림과 움직임들을 작품에 반영하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주얼리를 넘어 예술 작품으로 승화된다.

“2000년 ‘누 미 반지’를 디자인했는데 한국 전통 가옥의 기와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했어요. 그 당시 궁의 기와 같은 한국 전통 건축양식 자료를 보면서 디자인적 요소가 많다고 생각했죠. 그러던 중 2013년 청와대 사랑채 ‘주얼리 문화전’에 한국의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로 전시에 참가하면서 한글 주얼리를 제작하게 되었어요.” 우리나라 전통 가옥의 기와를 모티브로 한 ‘누 미 반지’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표현한 ‘한글 주얼리’는 박양화 대표의 주얼리 디자이너로서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한글 자료를 보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글에 관한 소재를 보았는데 자음과 모음의 글꼴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인적인 요소가 많은 우리 문자에 매료돼 한동안 심취해있었죠. 이때 나온 작품이 ‘오름’이라는 한글 주얼리 였어요. 이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몇 개월이 걸렸죠. ‘오름’ 한글 주얼리는 저에게 많은 것을 선사해주었고 비전을 제시해 주었어요. 저의 디자인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의 컬렉션이 되었고 저의 브랜드명으로 ‘오름’ 을 사용하게 된 중요한 작품이었지요.”

오름 한글 주얼리(제공: 박양화 대표) ⓒ천지일보 2019.5.7
오름 한글 주얼리(제공: 박양화 대표) ⓒ천지일보 2019.5.7

열정과 인내로 걸어온 디자이너의 삶

창조활동은 늘 고되다. 늘 새로운 것을 찾고 표현해야 하는 디자이너의 삶이 쉽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자신이 제자리에 있는 것 같았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박 대표는 열정과 인내로 버텼다. 2014년은 그에게 특별한 해이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버틴 결과로 수확의 기쁨을 안겨다 준 해이기 때문이다. 그해 1년 가까이 공들인 작품 ‘회오리’ 세트가 그에게 제49회 대한민국디자인전람회 공예부문에서 대상인 국무총리상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2015년에는 연이서 제18회 세계평화미술대전 공예부문에서 대상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았고 2018년에는 대한민국 디자인 대상 공로부문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박 대표는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이 순간이 진정으로 보람을 느꼈고 감동의 순간이었으며 그 어느 상보다도 더 값진 상으로 평생 좋은 기억으로 머물 것 같다고 회상했다.

“힘들어도 현실에 조급해하지 않고 하루하루 주어지는 일에 묵묵히 작업에 몰두했어요. 그러면서 시야를 넓히고 미래를 생각하며 초석을 다지는 데 노력하다 보니 오늘까지 온 것 같아요. 디자인하는 즐거움과 행복감에 이 일에 뛰어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활동하려고 합니다.”

박양화 대표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황갑주 귀금속 전통공예 장인에게 투각과 조각을 배우고 있다. 한문을 디자인해 그대로 투각하는 데 매력을 느껴 시작했다. 또 전통공예에 근현대적인 디자인을 접목해 한국의 맥과 멋이 살아있는 문자를 투각해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데 선두주자로서 일조하는 게 그의 목표이다. 그러면서 디자인적 요소가 많은 한글을 다른 분야와 접목해 다양한 디자인 작품으로 제작하는 새로운 시도도 해볼 계획이다. 그의 바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보석에 디자인으로 수놓아 무수한 작품을 탄생시키는 창조의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평생 함께할 것이고 주얼리 디자인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이끌어줄 수 있는 디자이너이고 싶습니다.”

상모브로치(제공: 박양화 대표) ⓒ천지일보 2019.5.7
상모브로치(제공: 박양화 대표) ⓒ천지일보 20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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