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새해 예산안 단독 처리에 따른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형님예산’은 꼼꼼히 챙기면서도 민생과 직결되는 예산은 누락시켰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의 사퇴도 결국 ‘꼬리 자르기’에 불과했다.

당정이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지만 바닥까지 떨어진 신뢰도를 끌어 올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날치기를 할 거면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서 민생 예산이나 빠뜨리지 말 것이지’ 하는 쓴소리까지 나온다.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자성을 촉구하는 마당이니 이번 강행처리로 여권은 얻은 게 없어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인 홍준표 최고위원은 심사 없이 증액된 ‘실세 지역구’의 예산이 있다면 집행을 유보해야 한다며 직접 ‘형님예산’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을 통해 드러난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예산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초등학생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예산 통과 당일 날 아무런 심사 없이 엄청난 추가 사업 증액을 내놓는 것이 상식적인 일인지 묻고 싶다.

의회가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예산안 처리다. 공정한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절차와 심의를 거쳐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 ‘형님예산’은 이런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인식의 산물이다. 이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죽음을 의미한다.

국가가 구멍가게인가. 주먹구구로 국가의 살림살이를 처리하고 있다. 죽어나는 것은 여전히 서민이다. 당장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이나 보육시설 미이용 양육수당 등 서민예산 누락분 때문에 또 얼마나 많은 서민이 신음을 할 것인가.

민주당도 똑같다. 법정 시한을 정했으면 지켜야 한다. 내년으로 넘길 게 예상되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수를 썼으니,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원인을 제공한 꼴이 됐다. 여야 할 것 없이 의식부터 바꿔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