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언론위원회(위원장 임순혜)가 지난 달 사회‧종교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로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을 지목했다.
NCCK는 지난 한 달의 이슈를 돌아보고 가장 주목할만한 주제로 선정해 매월 초 재차 화두로 던지고 있다. 이달에는 지난 4월 ‘(주목하는) 시선’으로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 꼭 이렇게 해야 했나?”를 선정했다.
NCCK는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100년을 맞아 ‘자랑스런 국민, 정의로운 국가,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비전 아래 ‘지난 100년의 기억, 새로운 100년의 시작’이라는 목표로 3대 분야 12대 전략을 내세우고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벌였다는 점을 복기했다.
이어 “3월 1일부터 4월 11일까지 요란했던 한 달의 행사 기간을 보낸 뒤, 무언가 공허하고 허전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임시정부 100주년이 우리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을 놓치지 말고, 우리가 너무 당연히 받아들이는 전제들을 되짚어보았어야 했다. 요컨대 기념은 넘쳤으나 성찰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심경”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화려한 기념이 아니라 뼈아픈 성찰이 필요한 때”라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독립운동가들이 꿈꾸었던 나라는 분단된 나라도 아니었고, 흙수저들이 비명을 지르는 헬조선도 아니었다.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이루지 못했는가에 대한 철저한 점검은 꼭 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화두를 던졌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헌법전문의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우리는 진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나? 헌법전문에는 임시정부의 법통계승을 명기하고 있다.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은 헌법에 명기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엄청난 규정력을 갖게 되지만, 사실 여러 가지 면에서 따져보아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NCCK는 “임시정부를 포함한 그 어떤 독립운동 세력도 분단을 상정하고 독립운동을 벌이지 않았다”며 “전쟁을 거치며 고착화된 분단과 극우반공독재가 연속된 역사 속에서 임시정부를 비롯한 독립운동 세력은 대한민국의 주도세력이 될 수 없었고, 그들의 꿈은 이 땅에서 실현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늦었지만 이들의 꿈을 변화된 현실에 맞추어 실현시키는 노력이 경주되지 않는 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규정은 현실에서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사문화된 항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NCCK는 또 임시정부 창건일인 4월 11일에 진행된 100주년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자리를 비웠다.
NCCK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원활한 한미 공조를 조율하고 트럼프가 김정은을 달래기 위해 보내는 메시지를 전달받기 위한 한미정상회담이 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행사 날 가져야 할 만큼 촌급을 다투는 절박한 문제였을까?”라고 반문하며 “임시정부 요인들이 바라던 민족의 자주란 아직도 요원하구나 하는 비감을 떨칠 수 없다”고 토로했다.
NCCK 언론위원회 ‘(주목하는) 시선’에는 김당 UPI뉴스 선임기자, 김덕재 KBS PD, 김주언 열린미디어연구소 상임이사.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장해랑 전EBS 사장, 정길화 MBC PD,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