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을 미끼로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들에게 돈을 요구한 A씨와 B씨가 운영하던 기획사 내부에 걸린 프로필. (제공: 서울 방배경찰서)
캐스팅을 미끼로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들에게 돈을 요구한 A씨와 B씨가 운영하던 기획사 내부에 걸린 프로필. (제공: 서울 방배경찰서)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 15명에

최대 7000여만 뜯은 일당 검거

“출연 약속 지키려 노력” 주장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방송에 출연시켜준다며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들을 속여 거액을 가로챈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연예기획사 대표이사 A(48)씨와 사무담당 B(48)씨를 사기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이 가운데 A씨는 수사를 받던 중 다른 사기사건 재판에서 법정구속됐다. B씨는 아직 불구속 상태다.

A씨 등은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들에게 자녀를 영화나 드라마, 광고에 출연시켜주겠다고 말하며 속인 뒤 약 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과거 부부 사이로, 이혼 뒤에도 사업 파트너로 인연을 이어갔다. 이들은 서초구 방배동에 기획사를 열고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들을 상대로 범행을 계획했다.

이들은 “자녀가 광고 아역배우로 캐스팅됐으니 오디션에 참석하라”며 피해자들에게 다가갔다. 이어 오디션을 본 아역배우 지망생들에게 “끼는 있지만 연기력이 부족하다”며 방송 출연을 미루고, 자신들의 기획사에 가전속계약을 맺고 연기수업을 받으면 출연시켜주겠다고 속였다.

부모들은 이들에게 약 300만~3000만원의 기획사 등록금을 냈고, 이들은 연기와 노래 등을 가르쳐준다는 명목으로 1년에 2400만원의 수업료를 요구했다. 이런 수법으로 유치원과 초등학생, 중학생 아역배우 지망생 15명의 부모로부터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7000여만원까지 받았다.

이들의 사기행각은 오랫동안 연기수업과 고액 수업료를 챙기고도 약속한 방송 출연이 성사되지 않는 것을 의심한 피해자가 지난해 8월 이들을 고소, 경찰에 덜미가 잡히면서 끝났다.

경찰은 이들이 전에도 최소 3회 이상 기획사를 차리고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를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보고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범행이 발각될 위기에 처하면 이들은 기획사를 폐업하고 다른 상호로 다시 개업하는 등의 방식으로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방송 데뷔를 준비하는 자녀에게 불이익을 받을 것을 염려해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일당은 경찰 조사에서 고액 수업료를 받은 것은 인정했다. 그러나 “방송 출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일부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돈 대부분을 빚을 갚거나 B씨 사업자금으로 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영화나 드라마, 광고 등 방송 출연을 조건으로 고액의 연기 수업료를 요구할 경우 전형적인 학원형 기획사의 불법 영업일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