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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송범석 기자] 톡톡 튄다. 소녀티가 물씬 묻어나는 이슬아(19) 초(初)단은 마주 앉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짧은 시간, 무겁지 않은 질문으로 이 초단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8일 저녁, 바둑 국가대표팀 환영식 행사가 열렸다. 좌중의 관심은 단연 ‘얼짱 스타’ 이슬아 초단에게 쏠렸다. 이 초단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5대 얼짱(한송이-배구, 차유람-당구, 정다래-수영, 손연재-리듬체조, 이슬아-바둑)으로 뽑혔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미모만큼이나 빛나는 실력이다.

“사실, 제가 금메달 하나라도 딸 거라고 생각 못했어요. 그랬는데, 두 개나 따서 정말 기뻤어요. 여기 계신 분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아시안게임 참가 자체가 불가능했을 거예요. 감사드립니다.”

담박한 2관왕 등극 소감이었다. 이미 잘 알려졌듯이 이 초단과 박정환(17) 8단은 지난달 22일 벌어진 아시안게임 바둑 혼성 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세허-송룽후이 조에게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계가 결과 중국에 1집 반을 졌으나 중국 선수들이 돌을 두는 순서를 어겨 벌점을 받으면서 이슬아-박정환 조가 금빛 축포를 쏘게 된 것.

이 초단은 “저는 벌점을 기억하고 있어서 이긴 것을 알고 있었는데, 정환이가 표정이 일그러져 있는 거예요. 그래서 심히 당황스러웠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사실 이 초단은 박정환 8단과 같은 조가 된 점이 내심 부담스러웠다.

“정환이가 밥도 거르면서 훈련을 열심히 하고, 또 군 면제 문제도 있고 하다 보니 ‘나는 왜 얘랑 파트너가 됐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도 해바라기 같은 마음으로 서로 챙겨주다 보니까 마음이 통했고 좋은 성적을 낸 것 같아요.”

머리에 침을 맞으며 경기를 치른 이유도 물어봤다.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장출혈도 있었고, 그 일 때문에 머리에 피가 안 올라와서 집중력이 떨어졌어요. 주치의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프로기사라고 온종일 바둑만 두는 것은 아니다. 다들 한 가지 취미 정도는 있기 마련. 이 초단은 피아노 연주에 꽤 소질이 있다고 한다.

“상비군에 들어가기 전부터 피아노를 배웠어요. 시합 때문에 피아노 학원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한 달쯤 배우고 6개월 동안 혼자 쳤어요. 지금은 계속 독학으로 제가 치고 싶은 곡을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연습하고 있어요.”

이 초단은 “한 가지 정도 취미가 있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곡을 연주하면 틀리지는 않는데 기교가 좀 부족해요”라면서 “피아노 학원에서 기본 테크닉을 배울까 생각 중이에요”라고 덧붙였다.

이 초단은 아시안게임 출전을 하기 전 국내의 한 유명 스포츠의류 회사에서 CF 모델 제의를 받았다. 금메달을 딴 후 이어지고 있는 지금 인기라면 스폰서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CF를 찍고 싶은지 물어봤다.

“글쎄요… 커피 CF 모델?(웃음).”

수줍은 듯 손사래를 치는 이 초단에게 같이 CF를 찍고 싶은 배우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단박에 “조인성”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인성은 오랫동안 좋아했던 배우지, 실제 이상형은 아니란다.

“저는 ‘이런 사람은 안 된다’라는 기준은 없어요.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좋아요. 굳이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묵묵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제 이상형이에요.”

국가대표 선수촌 생활도 인상이 깊었을 터. 이 초단은 TV에서만 보던 국내 스타 선수들을 직접 만나니 신기했다고 말했다. 일단 가장 좋은 점수는 배구선수들에게 줬다.

“배구 선수들이 제일 잘 생긴 것 같아요. (웃음) 또 자고 일어나면 하승진 선수가 걸어가고 있고, 류현진 선수가 TV 보고 있고, 참 신기했어요. 농구 대표팀 감독님과 친분이 있는데, 농담도 건네시면서 긴장을 많이 풀어주셨어요.”

이 초단은 아시안게임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대회는 끝났지만 바로 대학에 가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지금은 사람들한테 너무 알려진 것도 있고 편하게 다니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나중에 시기를 보고 결정할 생각이에요.”

마지막으로 이 초단은 바둑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을 남겼다. 의례적으로 하는 말은 아니었다. 이 초단은 ‘바둑에 대한’이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바둑을 잊지 말아 달라는 당부였다. 바둑이 ‘반짝인기’만 끌고 말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묻어났다.

“‘얼짱 스타’라는 반응도 좋지만 바둑계에 대한 관심을 더 부탁드리고 싶어요. 무엇보다도 저는 ‘프로기사’니까요.”

▲ 바둑국가대표팀 환영식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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