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가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5.4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공산당의 영도에 따라 애국주의를 발현하자고 촉구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가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5.4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공산당의 영도에 따라 애국주의를 발현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1919년 한반도에 3.1 운동이 있었다면 중국에선 5.4 운동이 있다.

운동의 공통분모는 항일(抗日)이다. 1차 대전 이후 독일이 산둥(山東)성에 갖고 있던 권익을 일본이 넘겨받게 되자 중국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에 이어 추후 노동자들까지 궐기한 항일 운동이 5.4 운동이다.

특히 권리와 이권을 승전국 일본에게 넘긴 것에 격분한 베이징 대학생들이 1919년 5월 4일 천안문 광장에 집회를 열고 가두시위를 벌이면서 시작됐으며, 두 달간 중국 전역으로 시위가 확산됐다.

역사학자들은 같은해에 발생했던 중국의 5.4 운동은 한국의 3.1 운동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5.4운동과 3.1운동은 모두 같은 해 두 달 동안 일어난 대규모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이고 분노의 민중운동이었다. 1차 세계대전 전후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민족자결주의 원칙을 강조하며, 각 민족은 외부의 간섭 없이 스스로 자기들의 운명을 결정할 것을 국제적으로 보장하자고 발표했다.

100주년이 되는 현시점에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 체재를 굳히기 위해 중국 대학생들을 포함한 젊은이들에게 선전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예민한 시기에 다시 싹틀지 모를 학생운동에 대비해 중국 공산당이 대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시진핑 체재의 공고화를 통해 중국 청년들에게 핵심 키워드인 ‘새로움’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상, 새로운 지도체재를 내세우며 전면적으로 개혁을 심화하고 개방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시 주석은 최근 중국 관영 CCTV방송 인터뷰를 통해 “5.4운동 100주년을 맞아 중국 청년운동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며 “젊은이들을 향한 정치 지도를 강화하고 자발적으로 당의 지도를 따르게 하며, 당의 말을 듣고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에는 중국의 신주류인 젊은이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5.4운동 정신을 강조하고 계승하기를 바란다며 중국 애국주의 이데올로기 속에 자신의 체재를 굳건히 하려는 속내가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CTV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중국 국무원은 5월 1일 노동절 연휴를 나흘로 늘린다고 보도했다. 2~3일을 휴일로 추가로 지정하는 대신 5월 5일 일요일을 근무일로 바꿨다. 인위적으로 주중에 4일 연휴를 만든 셈이다.

BBC는 중국 청년들에 대한 사상 강조와 통제는 항상 공산당의 관행이었고 이는 마오쩌둥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며 최근 대학에 대한 통제도 강화되고 있다며 최근 5.4운동의 핵심 주축이었던 베이징대에서는 전 교수와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공산당 경영과 교수진의 도덕성 강화에 대한 정부 주도의 사상 강의가 열렸다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앞줄 가운데)가 지난달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5.4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공산당의 영도에 따라 애국주의를 발현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앞줄 가운데)가 지난달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5.4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공산당의 영도에 따라 애국주의를 발현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시진핑 정부는 올해 천안문 사건 30주년, 5.4운동 100주년이 되는 시기에 대비해 중국에서 다시 싹틀지 모르는 학생운동에 대해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 달 후면 6.4 천안문(天安門) 사태 30주년이란 민감한 기념일에 청년들의 열정이 반일 등의 정서적 이슈에서 확대되어 사회적 이슈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5.4 운동 100주년을 4일 앞둔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기념연설에서 “5.4 정신의 핵심은 애국주의이고 애국주의는 민족정신의 핵심”이라며 “신시대 중국 청년의 사명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 실현을 위해 분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은 매끈한 관계는 아니지만 동반자적 입장에서 일본을 끌어안기 위해 연설에서 ‘항일’이라는 키워드는 사용하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나 손해를 일본과의 관계 개선으로 복구하겠다는 게 중국의 계산이라고 분석했다.

BBC 등 해외언론들은 이번 100주년을 맞은 5.4운동 시점에서 전체주의와 국수주의로 국가와 인민을 통제하려는 시진핑의 의식과 사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진핑은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시각에 입각할 때 우리는 지금 백년에 한번 찾아올 큰 변혁의 시기에 처해 있다”고 밝힌 만큼, 현재 중국은 번영과 통제라는 두가지 키워드 속에서 헤매고 있다.

미국과 견주고 있는 무역전쟁은 과잉투자와 부채로 위기를 맞으며 올해 6%대 성장률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인민들에게 강요하는 전체주의는 냉전 초기 소련의 모습을 보듯, 중국이 세계에 권위주의를 퍼뜨리고 있다고 중국 정치 평론가들은 비판하고 있다.

6.4 천안문 사태 30주년을 앞두고 시진핑 정부는 애국주의를 앞세워 국가와 국민을 통제하려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시진핑은 애국주의는 당신이 어떤 민족이든, 어떤 계급이든, 또 어느 지역에 살든 상관없이 건설적이고 포용적인 개념이라고 호소하지만 똑똑한 젊은 중국 청년들에게 무조건적인 충성과 체재 선전을 강조하는 공산당 조직이 얼마나 마음속에 와닿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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