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1일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에 태운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정면 비판했다. 해외순방 중임에도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할 만큼 작심 발언으로 보인다. 문 총장의 주장은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됨으로서 경찰에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임기 석 달 정도를 남겨 놓은 문 총장의 이번 발언은 검찰을 떠나는 입장에서 검찰조직의 수장으로서 조직을 향한 메시지로 보인다. 떠나는 마당에도 조직의 이익을 위한 충정을 보여준 셈이다. 그만큼 조직의 힘이 강대하기 때문에 퇴직 후에도 그 조직의 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듯 마냥 순수한 의도로만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문 총장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임기종료 직전에야 ‘작심 발언’이 나왔는가 하는 점이다. 공수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 얘기는 오랫동안 나왔던 검찰개혁 방안이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다. 그런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맡았다면 대통령의 국정과제와 함께 하는 것이 공직자의 기본자세 아닌가.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방안에 반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총장직을 맡아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혹여 공약을 모르고 총장직을 맡았다 하더라도 그럼 지금까지 뭘 했다는 말인가. 임기 채우려 권력 눈치나 보다가 퇴임 직전에야 몸담고 있는 조직을 위해 ‘한 건’ 하고 나가겠다는 것인가.

문 총장의 발언 내용도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국회의 패스트트랙 논의가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논의가 아니란 말인가. 그렇다면 패스트트랙 제도를 규정한 국회법이 한국당 주장대로 위헌이며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인가. 패스트트랙 제도가 왜 도입됐으며 자유한국당이 주도해 만들었다는 사실도 정말 모르고 있다는 것인가.

선거제도가 혁신되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 자유한국당의 반발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총장 신분으로 국회 논의의 방식을 비판하고 심지어 재논의까지 촉구한 것은 국회의 위상과 합의를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말 그대로 ‘과유불급’이다. 그리고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를 신설하고 경찰권을 강화한 것이다. 문 총장 말대로 ‘견제와 균형’을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차선책이다. 이해가 짧았다면 말을 아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라도 분별 있게 행동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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