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치를 모르는 종교, 희망 없다
[사설] 수치를 모르는 종교, 희망 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론을 통해 기성종교가 문제 집단으로 조명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언론이든 정치든 법이든 기성종교를 건드리는 건 골치 아픈 일로 치부돼 왔기 때문이다. 해서 웬만하면 기성종교는 비리가 있어도 눈을 감았다. 또 문제화 되는 걸 힘으로 막았다. 반면 신종교는 조금만 이상한 기미가 보이면 대대적으로 보도해 매장했다. 언론도 부지불식간에 기성종교편에서 신종교를 탄압하는 못된 짓을 해온 셈이다. 최근 MBC가 ‘조계사가 국고보조금을 횡령했다는 의혹’과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에 대한 배임 의혹’ 등을 연이어 보도했다. 이후 불교신문은 사설을 통해 “유독 불교계를 집요하게 건드리는 나쁜 역사를 가진 MBC의 못된 행태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재발했다”고 썼다.

조계종 스님들은 2일 MBC 앞에서 참회하라며 시위를 했다. 정말 조계종이 문제가 없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것이다. 문제는 이런 기성종교 고발기사가 최근 몇 년 새 개신교, 천주교 할 것 없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신교는 지난해 부자세습으로 시끄러웠다. 목회자들의 범죄 전력은 일반인들의 10배 수준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천주교는 사제들의 동성애, 성추행 추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간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불교계 비리는 몇 년 전부터 잊을만하면 터져 나온다. 종단을 막론하고 드러난 문제를 보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의 이름을 앞세운 종교의 타락은 말세지말(末世之末)이라는 말이 떠오르게 한다.

현 종교에서 희망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는 자신들의 현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뻔뻔함 때문이다. 교회를 사유재산으로 착각하고 세습을 합법화하자고 나선 목사들이나, 드러난 온갖 추문을 거짓말로 감추기 바쁜 종교인들은 양심마저 내다버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변명만 하려는 종교는 세상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잃었다. 해서 이미 宗敎(으뜸가는 가르침)가 될 수 없다. 상처를 도려내야 새살이 돋지만 다 도려내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태가 돼버린 종교엔 그래서 희망이 없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