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지난 4월 19일 의왕시 바라산자연휴양림의 산책로에서 강희정 숲해설가가 기자에게 꽃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지난달 19일 의왕시 바라산자연휴양림의 산책로에서 강희정 숲해설가가 기자에게 꽃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

편안한 산길과 풀향 가득

충신이 울던 곳 바라산

걷다보면 냇물과 숲속

내가 만든 나무보석함

이야기가 있는 산책길

[천지일보=손성환·이성애 기자] 바라산은 청계산과 백운산, 광교산으로 능선이 이어진 428m 높이의 산이다. 바라산은 높지 않아 오르기에 좋고 울창한 숲을 품고 있어 자연 속에서 휴식을 즐기는 데 적합하다.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바라산 자연 휴양림’은 이름처럼 천혜의 자연을 바탕으로 조성된 천연 휴식처다. 이곳은 꽃과 나무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충신의 향기 그윽한 바라산

바라산은 의왕 주민들이 정월 대보름날 달을 바라보던 산으로 발아산(鉢兒山) 또는 망산(望山)이라고도 불렀다. 망산은 ‘바라본다’는 말이다. 약 600년 전 조선이 개국할 당시 고려의 충신이었던 조윤(祚胤)은 청계산에서 바라산으로 옮겨와 망한 고려왕실을 그리며 매일 울다가 숨을 거뒀다.

충신의 정기가 흘러서일까 바라산은 그윽하고 아름답다. 또 이곳 출신들은 심성이 올곧고 의롭고 정이 넘치는 인물이 많이 났다고 한다. 사람은 그 지역의 산을 닮는다는 말이 있다. 학창시절 ‘무슨무슨 산의 정기 이어받아’라는 교가도 사람과 산의 인연을 말해준다.

[천지일보=이성애 기자] 잣나무 숲이 있는 의왕시 바라산자연휴양림 산책로. 바라산자연휴양림의 산은 나지막하지만 약 4km로 조성된 등산로를 걷다보면 이처럼 위로 높게 뻗은 나무들이 가득한 울창한 침엽수림이 나온다. ⓒ천지일보 2019.5.2
[천지일보=이성애 기자] 잣나무 숲이 있는 의왕시 바라산자연휴양림 산책로. 바라산자연휴양림의 산은 나지막하지만 약 4㎞로 조성된 등산로를 걷다보면 이처럼 위로 높게 뻗은 나무들이 가득한 울창한 침엽수림이 나온다. ⓒ천지일보 2019.5.2

◆걷기편한 등산로와 울창한 숲

바라산자연휴양림 주차장에 이르면 “여기가 산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지막해보인다. 바라산자연휴양림은 숲체험장이 있고 계곡쉼터와 계곡물놀이장, 바라산숲길 전망대 등이 있다. 바라산 숲길을 향한 길은 나무 데크로 이뤄진 길과 자연 흙으로 조성된 길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래서 휠체어로도 다닐 수 있는 길이 있다.

나무 데크 길을 지나 오르락 내리락 하는 약 4㎞로 조성된 등산로를 걷다보면 높은 키의 나무들이 있는 울창한 숲도 나오고 물고기와 도롱뇽이 사는 시냇물도 나온다. 산이 은근히 깊어 보인다. 또 사람을 배려한 듯 가파르지 않다. 그야말로 산책하듯이 거닐 수 있다.

나무와 풀 향기가 계속 나서 금방 마음의 안정감이 들고 상쾌함도 든다.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 이유는 도심 속에서 찌든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미세먼지 탓에 그간 공기도 마음껏 못 마셨는데 이곳에서 코를 벌름거리며 공기를 흠뻑 들이마셨다. 바라산자연휴양림 홍미구 시설팀장은 “이곳은 숲속의 나무 등 식물에서 나오는 천연 살균물질 ‘피톤치드(Phytonecide)’가 다른 지역보다 많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경기도청 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서도 이곳의 피톤치드 함유량은 경기도 내 다른 휴양림보다 높은 편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바라산자연휴양림이 조성된 시기는 지난 2014년 7월이다. 그때 준공해서 2015년 1월에 인가가 났다. 당시 의왕시에서 산림과장 등을 역임하며 이곳의 설립에 관여했던 김경선 씨는 “지금의 바라산자연휴양림이 만들어지기까지 전국의 휴양림을 벤치마킹하고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주차료 외에는 입장료가 없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산책을 자주 오고 1㎞ 이내의 도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했다.

이곳에는 6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산림문화휴양관이 있어서 목공예체험 수업도 진행한다. 유선진 목공지도사는 “의왕시에 있는 유치원 원생들이나 초등·중학교 학생들이 이곳을 방문해 자연을 만끽하고 목공예체험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담 없는 금액인 5000원만 내면 맨질맨질한 나무 보석함을 직접 만들고 가져갈 수 있다. 그래서 목공예체험은 인기가 있다.

이곳에는 또한 4~15인실의 숙소 18개 방과 야영데크 25개, 고정식 텐트 14개, 공동샤워장과 취사장 등이 있다. 특히 여름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해 휴가를 즐긴다고 한다.

[천지일보=이성애 기자] 지난 4월 19일 강희정 숲해설가가 바라산자연휴양림 산책로에서 진달래 꽃을 만지며 설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
[천지일보=이성애 기자] 지난달 19일 강희정 숲해설가가 바라산자연휴양림 산책로에서 진달래 꽃을 만지며 설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
의왕시 바라산자연휴양림 강희정 숲해설가와 체험학습을 나온 학생들이 산행 전 준비운동 겸 친해지기 프로그램으로 밧줄을 이용해 협동심 기르기 게임을 하고 있다. (제공: 강희정 숲해설가) ⓒ천지일보 2019.5.2
의왕시 바라산자연휴양림 강희정 숲해설가와 체험학습을 나온 학생들이 산행 전 준비운동 겸 친해지기 프로그램으로 밧줄을 이용해 협동심 기르기 게임을 하고 있다. (제공: 강희정 숲해설가) ⓒ천지일보 2019.5.2

◆이야기가 있는 산책

숲해설가와 함께 하는 산책은 더 없이 즐겁다. 목공예체험장에서 간단히 차를 마시고 함께 길을 나선 강희정 숲해설가는 8년 동안 인성교육을 한 경험이 있다. 그의 숲해설은 여느 사람과 다르게 자연의 이치를 들어서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습득하게 해준다.

“꽃은 왜 폈을까? 우리에게 잘 보이려고요. 우리에게 잘 보이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꽃을 꺾어간다. 그럼 꽃이 좋아할까? 안 좋아하겠죠. 꽃이 폈을 때 누가 찾아올까? 벌과 나비가 찾아온다고 한다. 왜 찾아와? 꿀 먹으러. 그럼 꿀을 먹으러만 오면 계속 주기만 하면 싫겠지? 우리도 받았으면 뭔가를 줘야지?” 이처럼 그의 해설은 편안하면서도 이치적이고 배려심과 예의를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는 “숲의 생태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내가 살아가는 부분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인성교육을 어떻게 접목할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강희정 숲해설가는 산보를 하면서도 지치지 않는 기색으로 이야기에 빠져들게끔 설명을 이어갔다. 함께 동행 취재를 한 기자와 준비 체조를 할 때도 그냥 하지 않고 하늘을 향해 산 모양으로 손을 뻗으며 “바라산을 올라갑니다. 쭉쭉”이라고 외쳤다. 이야기를 담아서 흥미를 잃지 않게 했다.

그는 학생들이 찾아오면 산행 전 준비운동으로 밧줄을 이용해 서로 균형을 유지하게 해서 협력과 배려를 배우도록 한다. 학생들은 자연과 인성을 함께 배울 수 있다.

바라산자연휴양림에는 학생들뿐 아니라 가족단위로도 많이 온다. 강희정 숲해설가는 “가족들이 올 때는 해설을 많이 하기보다는 과제를 내주고 서로 발표하도록 해서 가족이 자연을 느끼면서 동시에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갖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평소엔 바빠서, 함께 집에 있어도 TV나 스마트폰을 보느라 서로 대화의 시간이 없는 가족들이 주말을 맞아서 이곳을 찾아보면 어떨까. 또 평일에 쉴 틈 없이 바쁘게 지낸 도심을 벗어나 주말을 이용해 이곳을 찾는다면 활력을 다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지난 4월 19일 의왕시 바라산자연휴양림의 산림문화휴양관에서 기자가 직접 목공예체험을 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지난달 19일 의왕시 바라산자연휴양림의 산림문화휴양관에서 기자가 직접 목공예체험을 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
[천지일보=이성애 기자] 의왕시 바라산자연휴양림 목공예체험 작품들 ⓒ천지일보 2019.5.2
[천지일보=이성애 기자] 의왕시 바라산자연휴양림 목공예체험 작품들. ⓒ천지일보 20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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