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지금으로부터 1백년 전인 1919년,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학문’과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역사적인 명강의를 했다. 그는 학문이나 정치는 생업으로 기울 경우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세속화된다는 것을 우려하며 엄격한 가치를 추구하며 공정성과 정의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강연 원고는 이후 책으로 출판돼 직업에 관한 최고 화두를 제시해준 고전으로 평가받았다.

베버가 살던 시기와 지금 세계인들의 삶과 세상은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몇 번 바뀌는 변동을 쉴 새 없이 거치며 엄청난 변화를 거듭해왔다. 우리나라만 해도 베버가 명강의를 했을 당시에는 일제 치하에서 신음하며 3.1운동으로 독립의 여명을 밝히려 했다. 이제는 1백년 전의 어두운 과거를 딛고 해방이후 지난 7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국민 소득 3만달러, 무역 규모 세계 10대 대국으로 올라섰다.

지금 세상은 온통 바뀌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으며 인공지능이 산업에 큰 변화의 동력을 일으키며 하루가 다르게 쉴 새없이 세상을 온통 뒤죽박죽 변화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현실 세상을 넘어서 온라인, 오프라인, 사이버 공간 속에서 가상 현실이 마치 진짜 현실처럼 둔갑해버리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난 주말, 한국체육학회가 마련한 대한민국 체육 100년 체육주간 기념 국민체육축전, 한판 크게 펼친 100인 100강에 초대 강사로 선정돼 미래의 직업을 탐색하는 젊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스포츠 기자출신으로 스포츠 저널리즘 연구자인 필자는 ‘직업으로서의 스포츠미디어, 할만한가’라는 제목으로 한국스포츠미디어의 현실과 특수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100년 전 막스 베버가 대학원생을 상대로 ‘직업으로서의 학문’을 강연할 때, 학문의 외적 여건부터 먼저 얘기했던 것처럼 필자도 요즘 젊은이들이 직업의 외적 환경부터 먼저 알고 싶을 것으로 생각해 한국스포츠미디어의 외적 조건부터 말했다. 한국스포츠미디어의 현실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싸움터가 된 지 오래다. 신문을 거쳐 방송이 주도하던 스포츠미디어는 이제는 케이블 TV를 넘어 인터넷매체, 포탈 미디어 등 수많은 매체들이 진흙탕 속에서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직업으로서의 스포츠미디어는 개인적인 능력과 전문성의 한계를 넘어서 수많은 난관에 직면해 있다. 스포츠미디어분야도 한 가지 직업이나 직종을 가지고 끝까지 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마나 하나의 직업을 업으로 삼아 일생을 마치는 이들이 있다면 크나큰 행운이며 복 받은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막스 베버는 자신이 하는 직업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며 삶을 사는 이들은 하늘의 부름을 받아 소명의식이 뚜렷한 전문가라고 말했다. 동양적으로 얘기하자면 ‘천직’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베버는 생활인으로 생업으로서 직업을 갖는 것과 생존이라는 인간의 기초적인 요구를 뛰어넘어 더 큰 목표와 사명감을 갖고 헌신하는 이들은 소명의식으로 삶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스포츠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단순한 생활형 근로자로 볼 수 없다. 스포츠미디어가 사회적 책임과 중요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그날그날 요구하는 일에 충실해야 함은 사회적 책무이면서도 개인적 책무이기도 하다. 스포츠미디어에서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라면 새롭게 변화하는 스포츠미디어의 환경에서 첫 출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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