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라 카를로타 공군기지 밖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최루탄을 쏘는 국가방위군과 대치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이날 야권 정치인 레오폴도 로페즈와 중무장한 소규모 군인들과 함께 “군대 무장봉기로 마두로를 축출하자”라며 거리로 나섰다. (출처: 뉴시스)
4월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라 카를로타 공군기지 밖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최루탄을 쏘는 국가방위군과 대치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이날 야권 정치인 레오폴도 로페즈와 중무장한 소규모 군인들과 함께 “군대 무장봉기로 마두로를 축출하자”라며 거리로 나섰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군사봉기 시도로 다시 정국혼란이 고조되는 베네수엘라에서 1일(현지시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틀째 벌어졌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가 예상외로 마두로 측에 큰 타격을 입히지 못한 채 끝나면서 앞으로 베네수엘라 사태 진전이 주목되고 있다.

과이도 의장은 1일(현지시간) 군부에 전향을 촉구하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려고 했으나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에 등을 돌린 군 병력을 극소수 인데다, 거리로 나온 반정부 시위대도 수천명에 불과해 큰 동력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일단 현시점에서 전국적으로 민·군이 함께하는 대규모 봉기를 일으키겠다는 과이도의 계획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데이비드 스마일드 워싱턴중남미연구소(WOLA) 연구원은 가디언에 “야권이 그 전보다 약해졌다는 점에서 볼 때 이것은 명백한 실패”라며 “과이도는 자신의 연설이 마두로를 무너뜨릴 만큼 대규모 이탈 사태를 촉발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정부 봉기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과이도의 ‘정치적 멘토’이자 야당의 유력 지도자인 레오폴도 로페스가 스페인 대사관으로 피신하는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스마일드 연구원은 “아마도 가장 강력한 타격이 될 것”이라면서 “상징적 영웅이자 이번 반정부 운동의 순교자가 지금으로서는 베네수엘라 영토 안에서 싸우는 것을 포기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국 주도권이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에게 완전히 넘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베네수엘라 고문을 지낸 벤저민 게던은 “과이도의 반정부 운동이 완전히 KO된 것은 아니다”며 “영토 전체를 장악하고 군사력을 독점한 독재자를 몰아내는 일은 어렵지만, 정권교체는 예상외로 빨리 일어나곤 한다”라고 전망했다. 

베네수엘라 사태의 향방에는 라틴아메리카의 인접국뿐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등 국제 열강이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이도 의장을 적극 지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입김이 주목된다. 초당적인 지지를 받는 몇 안 되는 외교 분야 현안인 베네수엘라 정책을 내년 재선에 이용하려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잇단 제재로 마두로 정권의 ‘돈줄’을 조이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은행과 기업들에 추가 제재를 가하거나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와 거래하는 외국 기업들에 ‘세컨더리 제재’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진단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번 시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러시아와 쿠바에 의한 개입이 베네수엘라와 미·러 양국 관계에 있어 불안정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양국 외교 장관의 전화통화와 관련한 언론 보도문을 통해 “러시아 측은 주권 국가(베네수엘라)의 내정에 대한 미국의 간섭과 이 국가 지도부에 대한 위협이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했으며, 공격적 행보 지속은 아주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충분하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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