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caption

한국당 해산청원 역대 최다

민주당 해산요구도 급속 증가

청원 이행은 사실상 불가능

청원에 ‘북한 배후설’도 제기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극심한 대립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대한 해산 청원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에 대한 각당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사생결단식 ‘정면충돌’을 빚었던 정치권의 갈등이 각당 지지층 간 갈등으로 옮겨 붙은 모양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양당에 대한 ‘해산 청원 레이스’로 후끈 달궈진 상태다. 한국당과 민주당에 대한 해산 청원은 정부의 공식답변 요건인 20만명을 훌쩍 뛰어 넘었다. 한국당 해산 청원은 2일 오후 3시 현재 170여만명, 민주당 해산 청원은 30만명을 각각 넘어섰다. 참여인원 수는 경쟁적으로 늘고 있다.

이는 정치권으로부터 국민으로 이어지는 갈등의 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정당 해산 청원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극심한 대립이 불거진 와중에 등장했다. 청원 참여자 수는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물리적 충돌로 ‘동물국회’가 재연되면서 급증했다. 한국당 해산 청원 수는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으며, 민주당 해산 청원 수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 2019.5.2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 2019.5.2

이번 전쟁의 불을 지핀 쪽은 한국당 해산 청원 글이다. 지난 4월 22일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청원인은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막대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으로 구성됐음에도 걸핏하면 장외투쟁과 정부 입법 발목잡기를 하고 소방에 관한 예산을 삭감해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도 그간 자유한국당의 잘못된 것을 철저히 조사 기록해 정당해산 청구를 해 달라”며 “자유한국당에서 이미 통진당(통합진보당) 정당해산을 한 판례가 있기에 반드시 자유한국당을 정당 해산시켜서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기를 간곡히 청원한다”고 했다.

민주당 해산 청원은 한국당 해산 청원보다 일주일여 후인 4월 29일 시작됐다. 청원인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막대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으로 구성됐음에도 선거법은 국회 합의가 원칙인데, 제1야당을 제쳐두고 공수처법을 함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패스트트랙에 지정해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을 가져왔으며 야당을 겁박해 이익을 도모하려고 국가보법 개정을 운운하며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해산 청원글의 형식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볼때 한국당 해산 청원에 대한 맞불 차원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청원 수 20만명을 넘긴 청원글에 대해선 한달 이내 공식 답변을 내놓는다는 방침에 따라 어떤 형식으로든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두 청원의 내용이 사실상 동일하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한꺼번에 두 사안에 대한 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가 청원 내용을 실제로 이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청와대가 한국당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경우 보수진영의 엄청난 반발과 그로 인한 극심한 갈등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 2019.5.2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 2019.5.2

실제로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더라도 해산 결정 가능성은 희박하다. 헌법 제8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해 해산된다. 문제는 ‘민주적 기본 질서 위배’ 여부가 매우 엄격하게 해석된다는 점이다. 법에 의해 정당의 정치 활동의 자유 역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산 청원자 수가 급증하면서 기획 음모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자당에 대한 해산 청원글에 대해 “북한의 지령을 받은 세력이 기획·진행을 했다”며 ‘북한 배후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북한의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 산하의 우리민족끼리라고 하는 매체에서 18일 한국당을 해산시키라고 발표하니까 바로 나흘 뒤인 22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한국당 해산 청원이 올라오고, 여기에 대대적인 매크로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걸로 봐서는 북한의 어떤 지령을 받은 세력들에 의해 기획되고,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