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5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찾기 예비사업 결과보고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5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찾기 예비사업 결과보고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5

독성연구 보고서 받은 것 확인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애경산업이 ‘가습기 메이트’ 유해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제품을 출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애경이 ‘가습기 메이트’가 출시된 2002년 9월 이전에 SK케미칼에게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 독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받은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다.

이 연구 보고서는 서울대 이영순 교수팀이 1994년 10~12월 동안 실험한 결과가 담겨 있다. 보고서가 작성된 당시는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이 가습기 살균제를 막 개발한 시점이었다. 당시 연구팀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인해 (실험용 쥐의) 백혈구 수가 변화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유해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하지만 유공은 추가 연구를 진행해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 대신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인 1994년 11월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했다. 이후 SK케미칼 역시 유공의 가습기 살균제 사업 부문을 인수한 뒤 보고서를 검토하고도 제품을 판매했다. 이로 인해 애경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던 2013년 SK가 문제의 실험 보고서를 은폐한 정황도 드러났다. 애경 역시 이 보고서를 갖고 있었으나 2016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자 인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애경이 가습기 메이트의 유해성을 알고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표시해 판매한 행위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애경은 “SK케미칼에서 영업비밀이라며 원료물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주지 않았기에 유해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습기 메이트와 유사한 피해를 낸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의 원료 PHMG·PGH는 2011년 유해성이 인정돼 옥시 책임자들에게 처벌이 내려졌다. 그러나 SK·애경·이마트가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 CMIT·MIT는 유해성이 아직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그간 처벌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관련 연구를 통해 유해성에 대한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유해성 연구 보고서를 내면서 다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