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생 동갑..서울법대는 1년 선후배 사이

(서울=연합뉴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새해 예산안 파동 책임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으나 시각차가 현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로 안상수 대표를 찾아 1시간 동안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안 대표는 협의 과정에서 고성까지 지르며 기재부측의 '비협조적' 태도를 질타했고, 윤 장관도 이에 뒤지지 않고 꼬박꼬박 반론을 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는 템플스테이 예산, 재일민단 지원사업 등 당의 공약사업이 새해 예산에 빠진 것은 기획재정부가 당의 요구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면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윤 장관은 사실상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안형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안 대표가 중점추진예산 중 일부가 누락된 데 유감을 표명하고 당과 당 대표가 약속한 정책에 대해선 정부가 반드시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는 점 등을 언급했다"면서 "유 장관은 안 대표의 지적사항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안 대변인은 "윤 장관은 당 역점사업은 예산집행 과정에서 적절히 처리될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모든 정책에서 당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브리핑에서는 윤 장관이 `사과'는 물론 `유감' 표명을 했다는 언급이 없었다. 이를 두고 윤 장관이 당에 대해 할 말을 다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윤 장관은 면담 직전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현재의 예산문제가 일어났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정면 반박했다.

윤 장관은 "소통이 잘 이뤄지도록 논의하고, 예산과 재정이 지켜야할 기준이나 원칙을 당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쌍방향 얘기를 하고자 왔다"고도 했다.

실제 면담 과정에서는 "우리가 무슨 바보냐, 기재부만 똑똑하냐", "기재부가 예산(심의)권이 있느냐" "기재부만 (나라살림을) 걱정하느냐" 등 안 대표의 고성이 간간이 흘러나왔다.

안 대변인도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장관이 자꾸 대꾸하니까 안 대표가 야단을 쳤다"며 윤 장관이 `저자세'가 아니었음을 시사했다.

윤 장관은 면담 뒤 여유있는 표정으로 "할 얘기를 다했다. 소통이 잘됐다"고 말했고, 안 대표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내가 좀 질책했고 윤 장관이 유감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기재부장관을 호출해 예산안 파동의 책임과 관련, 정부측에 책임을 전가하려다 오히려 기재부로부터 `아픈 지적'을 당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정가에서는 안 대표와 윤 장관이 1946년생으로 나이가 같은데다 서울법대를 1년 차이로 졸업한 뒤 각각 1975년 사법고시(17회)와 1971년 행정고시(10회)에 합격해 탄탄대로를 달려왔다는 점에서 이날의 설전을 '라이벌 의식'의 결과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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