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의 성 안소니 사원 앞에서 한 경찰관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스리랑카 경찰은 전날 교회와 호텔 등 섬 전역에 걸쳐 228명의 사망자를 낸 8건의 연쇄 폭발 용의자 13명을 체포했다고 22일 밝혔다. (출처: 뉴시스)
2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의 성 안소니 사원 앞에서 한 경찰관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스리랑카 경찰은 전날 교회와 호텔 등 섬 전역에 걸쳐 228명의 사망자를 낸 8건의 연쇄 폭발 용의자 13명을 체포했다고 22일 밝혔다. (출처: 뉴시스)

뉴질랜드부터 스리랑카까지

무차별 테러에 수백명 사망

모두 종교 증오 범죄로 파악

IS 수괴 5년 만에 존재 과시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 등을 표적으로 삼는 ‘증오 범죄’로 지구촌 곳곳에서 신도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15일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의 두 군데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로 모두 50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스리랑카의 기독교 교회 3곳과 호텔 등 8곳에서 동시다발적인 폭발 테러가 발생해 250여명이 숨졌고, 같은 달 27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파웨이시의 유대교 회당에서 총격 사건으로 60세 여성 신도가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 이들 테러로 벌써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뉴질랜드 모스크 테러의 경우, 뉴질랜드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평가받는데 반 이슬람 성향 극우주의자의 ‘증오 범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후 발생한 스리랑카 테러, 샌디에이고 유대교 회당 테러 모두 뉴질랜드 테러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 스리랑카 정부는 이번 테러가 뉴질랜드 테러에 대한 복수 차원에서 감행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 미 샌디에이고 유대교회당 총격범은 뉴질랜드 테러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 선언문을 온라인에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그 글에서 반 유대주의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콜롬보=AP/뉴시스】 21일(현지시간) 부활절 폭발테러가 발생한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한 희생자 친척이 오열하고 있다.
【콜롬보=AP/뉴시스】 21일(현지시간) 부활절 폭발테러가 발생한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한 희생자 친척이 오열하고 있다.

그는 선언문에서 “현재 살아 있는 모든 유대인은 우리 종족을 파괴하기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내가 저지른 짓을 후회하진 않는다. 단지 (유대인을) 더 죽이길 희망할 뿐”이라고 했다.

이같이 종교 표적 테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앞으로 특정 계층이나 종교, 인종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샌디에이고 총격 사건 직후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집회에서 “반유대주의와 증오라는 악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는 반드시 물리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행보도 우려된다. IS는 최근 프랑스 성당에서 인질극 테러를 벌이고 주임신부를 ‘이단자’로 칭하며 능욕한 후 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IS가 중동에서 기독교인을 납치하거나 살해한 적은 많지만 이번처럼 유럽에서 종교시설을 대상으로 직접 테러를 벌인 일은 전례가 없다. 이러한 가운데 IS가 성당을 공격한 이유에는 이슬람과 기독교 간 종교 전쟁 구도를 형성해 세력을 넓히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종적을 감췄던 IS의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5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고 기독교를 겨냥한 테러를 계속 일으키겠다고 예고하면서 긴장은 더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이슬람국가(IS) 선전매체 알-푸르간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IS의 리더 아부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인터뷰하고 있다.  알-바그다디는 2014년 6월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내 지난달 쿠르드족 주도의 시리아 민주군에 의해 점령된 시리아 동부 바구즈 전투에서 IS가 패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스리랑카 부활절 폭탄 테러가 바구즈 전투에 대한 복수였다고 주장했다. (출처: 뉴시스)
29일(현지시간) 이슬람국가(IS) 선전매체 알-푸르간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IS의 리더 아부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인터뷰하고 있다. 알-바그다디는 2014년 6월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내 지난달 쿠르드족 주도의 시리아 민주군에 의해 점령된 시리아 동부 바구즈 전투에서 IS가 패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스리랑카 부활절 폭탄 테러가 바구즈 전투에 대한 복수였다고 주장했다. (출처: 뉴시스)

알바그다디는 IS가 스리랑카 테러의 배후라고 주장하며 “스리랑카에 있는 형제들이 부활절에 십자군(기독교인)의 거처들을 파괴해 우리에게 기쁨을 안겨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테러로) 숨지거나 감옥에 갇힌 형제들을 위한 복수를 할 것”이라며 예고했다. IS가 스리랑카 연쇄 폭탄 공격에 이어 다른 국가적 테러를 감행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테러를 선포한 IS에 교계 화합으로 맞서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오전 엘리제궁에서 앙드레 뱅 트루아 가톨릭 주교, 달릴 부바쾨르 프랑스무슬림신앙위원회 회장을 비롯한 종교계 지도자들과 만나 교계 간 단합 및 화합을 요청했다.

부바쾨르 회장은 “우리 종교의 모든 가르침에 어긋나는 신성모독인 참사에 대해 프랑스 무슬림의 이름으로 깊은 슬픔을 표현한다”며 종교 시설에 대한 보안 강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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