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5시 50분쯤 부산 사하구 다대동의 한 아파트 안방에서 서씨가 자신의 친누나 A(61)씨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A씨가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 현장. (제공: 부산지방경찰청)
지난달 30일 오후 5시 50분쯤 부산 사하구 다대동의 한 아파트 안방에서 서씨가 자신의 친누나 A(61)씨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A씨가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 현장. (제공: 부산지방경찰청)

누나 살해 후 시신 자택에 방치

누나 어디있나 묻자 “자고 있다”

두달 전 정신병원 한달 간 입원

처방약 제때 복용 않은 의혹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30년여년 간 조현병을 앓던 50대 남성이 친누나를 흉기로 찔러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과 함께 며칠 동안 지내다 경찰에 붙잡혔다.

1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 사하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서모(5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오후 5시 50분쯤 부산 사하구 다대동의 한 아파트 안방에서 서씨의 친누나 A(61)씨가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A씨의 얼굴과 몸에선 흉기에 찔린 상처가 여러 군데 확인됐다. A씨의 시신 부패 상태를 살펴본 검안의는 지난달 27일쯤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사건이 발생한 날 사하구 보건소 정신건강센터 직원과 사회복지관 직원은 서씨를 돌봐주고 건강상태를 상담해오던 A씨가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걱정해 이날 오후 5시 7분쯤 112에 신고했다. 이들은 서씨가 평소 연락을 잘 안 받는 탓에 친누나인 A씨와 전화를 주고받으며 서씨의 상태를 점검하던 것으로 조사됐다.

119 구급대원과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베란다 창문을 열고 강제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안방에서 A씨의 시신을 발견한 경찰은 다른 방에서 문고리를 잡고 열어주지 않던 서씨를 체포했다. 서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서 전혀 입을 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서씨의 아파트 주거지 안으로 진입하기 전 사회복지관 직원이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누나 어디있어요?’라고 물어봤는데 그때 피의자는 ‘누나 안에 자고 있어요’라고 말했다”고 검거 당시 서씨의 대응을 설명했다.

2남 3녀의 서씨 형제·자매 중 피해자인 A씨만이 유일하게 서씨를 돌봐주고 소통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24일 친누나 A씨는 서씨를 돌보기 위해 부산의 아파트를 찾았다. 이날부터 이틀 동안 서씨의 정신건강센터 상담일정이 잡혀있었다. 이날 상담에서 A씨는 “동생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서씨에 신뢰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 결과 지난 2월 1일 오전 11시쯤 정신건강센터와 관할 보건소 직원의 요청으로 병원에 한달 동안 입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엔 행정입원으로 경찰·119구급대원이 병원까지 서씨와 함께 갔지만, 서씨가 갑자기 스스로 입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자의(自意)입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하경찰서. (출처: 블로그 캡처) ⓒ천지일보 2018.12.19
사하경찰서. (출처: 블로그 캡처) ⓒ천지일보 2018.12.19

전남 목포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던 서씨는 2016년과 2017년 어머니와 아버지가 차례로 세상을 떠난 뒤 행방불명됐다가 부산의 한 병원에 강제 입원되면서 가족들과 다시 연락이 이뤄졌다. 그 뒤엔 사건이 발생한 사하구의 아파트에서 서씨 혼자 거주한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서씨가 이전부터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물을 제때 복용하려 하지 않았다는 가족의 진술 등을 근거로 서씨의 병원 치료 횟수와 약물 처방 기록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지난 3월 9일엔 아파트 위층에 거주하는 이웃주민이 ‘페트병으로 벽을 때리는 소리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 출동해 엄중 경고한 뒤 철수했지만, 이웃 주민에게 위협을 가해 피해 신고가 들어온 적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씨를 병원에 강제 입원 시켰다. 서씨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는 즉시 경찰은 병원 기록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A씨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경남 진주에서 안인득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5명을 살해한 사건 등 조현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과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고 정신질환자가 지정한 후견인을 통해 비자의입원을 신청하고 그에 대한 판단은 가정법원이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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