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균투르 에이전시의 박광희 대표가 지난달 23일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터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대표는 18년간 터키를 삶의 터전으로 삼으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
에르균투르 에이전시의 박광희 대표가 지난달 23일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터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대표는 18년간 터키를 삶의 터전으로 삼으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터키를 사랑한 남자’ 박광희(51) 대표. 무역 컨설팅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에르균투르 에이전시의 박광희 대표는 18년간 터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현재 코트라 이스탄불 마케팅 자문위원, 한국수입협회 터키 명예지사장, 터키 참전용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등의 직함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1991년, 여행 삼아 터키에 갔다가 터키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터키인만큼이나 터키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는 어떤 점에 매료됐을까.

박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다른 나라도 여러 군데 가봤지만 터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면서 “터키보다 더 좋은 나라가 없으면 여기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고 갔다 온 뒤로도 계속 터키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우리에겐 터키의 옛 이름인 오스만 제국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터키의 기원은 BC 2000년부터 시작됐으니 고고한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다. 그는 “문명의 박물관이라고 할 만큼 오래된 역사를 지닌 나라라, 몇 달을 터키에 있어도 온전히 다 볼 수 없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건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터키를 사랑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터키 한국전 ‘참전용사’였다.

박 대표는 “터키 여행 중에 참전용사를 만났다. 당시에는 터키인이 한국말을 하는 게 흔치 않아 한국말을 하는 게 신기했는데, 알고 보니 6.25전쟁에 참전한 분이었다”며 “그 분이 한국을 제2의 고향이고 ‘형제의 나라’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과 터키가 서로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면서 이 말이 친숙할 수 있으나, 1990년대만 해도 한국 사람들이 터키를 잘 알지 못하던 때였다. 6.25전쟁 때 1만 5천~2만명의 군대를 파병해 미국, 영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군대를 보낸 나라가 터키다. 그 이후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터키라는 나라는 잊혀져갔다.

아시아대륙 가장 동쪽에 위치한 한국과 아시아 서쪽의 터키가 형제의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건 기원전 4~6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대표에 따르면 터키인의 선조들은 몽골 북방지역에 거주했는데 이 때 터키의 뿌리인 돌궐족은 우리나라의 뿌리인 고구려와 이웃했던 민족으로, 문화를 교류하며 협력하던 관계였다. 체형이나 생김새는 수세기동안 유럽을 지배하면서 타민족과 결혼하면서 서구적인 모습이지만, 동양의 정서를 갖고 있다고 했다.

여행 중 만난 터키 참전용사
‘제2의 고향’ 한국 사랑에 놀라

터키가 6.25전쟁 당시 파병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도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생각하는 정서가 한몫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민족애가 깊고, 한국을 좋아하는 나라인 터키의 분위기에 빠져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터키를 다녀오고 나서부터 눈만 뜨면 터키 생각이 났다”고 했다.

박 대표는 결혼 이후 2001년 마침내 터키로 이민을 가 올해로 19년째 살고 있다.

그는 터키에서 한국의 중소기업을 터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통역부터 컨설팅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국내의 한국중소벤처포럼 단체와 협업해 터키로 진출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성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터키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일도 하고 있다. 한복을 알리기 위해 한복 패션쇼를 열고 한국의 다양한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있는 것. 터키의 문화도 한국에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KBS 1TV ‘걸어서 세계속으로’, EBS ‘세계테마 기행’ 등을 비롯해 각 방송사의 터키 관련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터키를 소개하기 위한 촬영을 지원해 수십차례 전파를 탔다. 이에 더해 ‘터키커피와 함께하는 터키 여행’, ‘잃어버린 니케아제국을 찾아서’, ‘지중해로 떠나는 터키여행’ 등의 테마로 여행 프로그램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그의 사업만큼이나 열정을 쏟고 있는 것은 터키 한국전 참전용사를 위한 기념사업회의 일이다. 터키 교민들이 좀 더 보람있고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참전용사기념사업회에 2010년부터 합류해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터키 군인 1만 5천~2만여명이 한국전에 참전했는데 현재 1500명가량 생존해있다. 이들을 초청해 기념행사를 하고 가정 방문도 해 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기록을 발굴하고 있다.

박 대표는 “터키에 와서 마음만 있었지 실질적으로 참전용사들을 위해 일하진 못했는데 한국전에 파병된 터키 군인의 이야기에 감명받아 기념사업회 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전쟁 당시 터키 군인이 우리나라의 5살 여자 고아아이를 전쟁 중에 만나 딸처럼 키우다 종전으로 생이별을 해야 했던 사연이다. 터키 군인 슐레이만씨는 5살 아이를 고국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함께 갈 수 없다는 상부의 명령으로 끝내 아이와 헤어지게 됐고 이후 60여년 만에 한국에서 극적인 재회를 하게 됐다. 2010년 10월 이 분들이 재회할 당시 박광희 대표는 통역을 맡았고 참전용사에 대한 마음이 더 뜨거워졌다고 한다. 이 스토리는 국내 방송사(춘천 MBC)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방영됐다.

2014년 기념사업회의 노력 끝에 ‘코레 아일라’ 국내 다큐멘터리가 터키 국영방송에서 방영됐으며 터키 국민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터키 영화로도 제작돼 ‘아일라’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6월 한국에 개봉돼 잔잔한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향후 그는 양국 교류의 종합 플랫폼(가칭 한국 종합관)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중소벤처포럼(SMF)과 연계해 올해부터 터키 지부를 본격 가동하면서 이 플랫폼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종합관에는 무역, 문화, 관광, 예술, 스포츠 등 사업뿐만 아니라 한류까지 합해진 융합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무역은 단순히 물건 장사가 아니라, 문화와 함께 가야 한다”며 “예를 들어 단순히 관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비즈니스를 녹여내 바이어 미팅도 함께 이뤄진다면 관광과 비즈니스가 연결돼 교역의 장이 마련될 수 있다. 문화행사를 하면서 제품 홍보를 하는 등 관광과 무역을, 문화와 무역을 융합시킨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터키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지역사회에 기여하면서 그들의 친구로서, 동반자로서 인정받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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