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일왕 즉위, 레이와 시대에 바란다
[사설] 새 일왕 즉위, 레이와 시대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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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로 새 일왕이 즉위한다. 일왕 생전에 퇴위하고 즉위하는 건 202년만이다. 나루히토가 취임하는 5월 1일 0시부터 레이와 연호가 사용된다. 레이와는 ‘질서·평화·조화’를 뜻한다. 연호(年號)는 군주제 국가에서 임금이 즉위하는 해에 붙이는 이름을 말한다. 아키히토 일왕 시절 약 30년 4개월간 사용된 ‘헤이세이(平成)’ 연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일본에서 새 일왕 즉위는 특수한 의미를 갖는다. 선진국 중 유일하게 왕의 통치에 따라 자신의 생을 구분하는 일본인들에겐 새 시대 개막을 뜻한다. 이 때문에 일본 사회는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를 계기로 과거와 단절하고, 한 단계 도약하자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조성되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2차 대전을 직접 겪은 세대로 재위기간 부친의 침략전쟁에 반성하고 평화를 강조하면서 일본 정치권의 보수·우경화현상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으로 일본인 300만명을 포함,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모두 23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간 아키히토 일왕은 사죄의 의미로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곳곳으로 ‘위령(慰靈)여행’을 다녔다. 그러나 한국은 방문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전쟁 부채감이 없는 나루히토 일왕이 한국을 방문해 진심으로 사과할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 2017년 현대일본학회가 발행한 일본연구 논총에서는 “만일 천황의 한국 방문이 이뤄진다면 이는 과거사의 매듭점이 되고 새로운 한일관계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독일은 과거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참회하면서 유럽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동양평화의 핵인 한중일 관계에서 일본의 사죄는 과거를 털고 가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가해자에게 사죄를 요구하는 것은 용서하고 과거를 청산하고자 함이다. 가해자가 침묵하는데 피해자만 상처를 보듬은 채 잊으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특히 일본의 한국에 대한 사죄는 양국발전을 위해 이제라도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 아베 내각의 우경화에 브레이크를 걸고, 일본의 양심을 볼 수 있는 레이와 시대가 개막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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