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박 5일간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안 등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국회는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폭언과 몸싸움이 난무한 가운데 정치는 실종되고 의회 민주주의는 치명상을 입었다. 여야가 만들어낸 동물국회에 대해 공히 그 책임이 있음이 국민여론조사에서도 명백히 드러난 바, 지난 26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조사한 결과 국회 몸싸움의 책임은 한국당에게 있다는 인식이 43.8%로 집계됐고, 그 원인이 민주당의 무리한 추진 때문이라는 응답자 비율은 33.1%를 보였다.

핵심 현안이 있을 때는 여야가 논의하고 합의·처리하는 게 의회의 기본정신이다. 이번 패스트트랙에 올라진 4개 법안이 개혁법으로 조속 시행돼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그 가운데 선거제도 개혁은 정치인의 운명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여야 정당의 장차 존립·흥망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역대 의회에서 정치개혁안이 다뤄졌지만 기득권에 맛들인 탓에 별 성과가 없었던 것이다. 정치개혁 관련 특위는 1992년 14대 국회 때부터 구성돼 운영됐고, 그 시작은 공정한 선거룰을 만들자는 취지였으나 결국 용두사미로 끝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대국회에 들어서도 2017년 6월 여야 합의를 거쳐 꾸려진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결과물 없이 공전만 거듭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24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특위위원장으로 선출 이후 선거제도 개혁은 급물살을 탔던 것인바, 심 위원장이 평소 지론대로 20대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인 선거제도는 5000만 국민을 골고루 대변하는 민심 그대로의 개혁이 돼 성숙한 대(大)민주주의로 나가는 초석을 삼겠다는 뜻이 반영된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이번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선거제 개혁의 핵심은 국회의석 300석에서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 구조이다. 최장 330일을 거치고 통과될 경우 거대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의 의석 감소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공수처 개혁, 검·경수사권 조정 등 개혁의 큰 틀에서 소수야3당과 패스트트랙 지정에 합의했고, 뒷짐을 졌던 한국당은 끝내 선거제 개혁 합의에 반대했다. 사실 선거제도 변경에서 제1야당의 동참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한국당은 지금까지 행태만 믿고 거부하고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선수를 빼앗기고 정국 주도권을 내주었다고 비판받고 있다. 정치개혁은 선거제도의 개혁이 먼저다. 25년을 이어온 3류정치가 끝낼 때도 됐고 국민들도 참을 만큼 참았다. 기득권에 갇힌 구태정치로는 한국 정치판을 개혁할 수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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