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성찰의 나한 전시전경.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 2019.4.30
일상 속 성찰의 나한 전시전경.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 2019.4.30

부처님오신날 기념 특별전
“500여 도둑, 부처가 되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나한’을 주제로 한 특별전이 잇달아 개최된다. 나한이란 범어 아라한의 줄임말이다. 소승불교에서는 수행자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에 있는 자를 뜻한다. 대승불교에서는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성자로, 석가에게서 불법을 지키고 대중을 구제하라는 임무를 받은 자를 말한다. 나한은 인간의 소원을 성취해 준다고 여겨져 신앙의 대상이 됐다.

원주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지난달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판화로 보는 동아시아 나한의 세계’를 특별전을 연다. 전시에는 회화와 조각 소재였던 나한을 판화로 표현한 작품 7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더 눈여겨볼 유물은 최근 실체를 확인한 19세기 일본 목판화다. 이는 일본 교토 지온인이 소장한 고려 시대 불화 ‘오백나한도’를 모본(본보기)으로 삼아 만든 것으로 여겨진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9일부터 6월 13일까지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을 주제로 창령사터 나한상을 서울로 모셔와 전시한다. 푸근하고 정감 가는 표정이 인상적인 이 나한상은 지난 2001년 5월 강원도 영월 남면 창원리에서 발견됐으며, 이듬해 발굴조사를 거쳐 300여점이 세상에 나왔다.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은 ‘나들이 나온 나한전’을 오는 7월 31일까지 선보인다. 전시를 위해 여수 흥국사 응진당에 봉안한 석가모니 삼존불과 십육나한상 등을 서울로 옮겨 왔다.

성속을 넘나드는 오백나한 전시 전경.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 2019.4.30
성속을 넘나드는 오백나한 전시 전경.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 2019.4.30

한편 나한에 대해 예로부터 교훈처럼 전해져 온 설화가 있다. 이 이야기는 영산전에 살던 도인스님이 실수로 조 이삭 세 개를 부러뜨리면서 시작된다. 그까짓 조 이삭 세 개를 부러뜨린 게 무슨 큰일이냐고 하겠지만, 평생 수행을 성실하게 해온 스님에게 남이 한 해 동안 고스란히 땀 흘려 가꾸어온 조 이삭 세 개를 부러뜨린 건 큰 실수라고 여겼다.

이에 스님은 황소로 변해 3년 동안 조밭 주인댁에서 일을 해주므로 죄를 갚기로 결심한다. 소로 변한 스님은 언제나 주인보다 먼저 앞서서 밭일을 했다. 소가 주인을 지극히 따르자 이 소가 자신의 소라며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렇게 찾아온 이가 500명이나 됐다. 그러나 매번 소는 완강하게 버티면서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

3년이 지난 후 소는 주인에게 이제 가야한다며 품삯을 주는 셈 치고 잔치를 거하게 베풀어달라고 청한다. 큰 잔치가 벌어지자 소는 스님으로 변해 소를 훔치려 했던 500여명의 도적들을 찾아내 죄를 묻는다. “남의 소를 갈취하려는 도적의 마음을 먹었으니 소가 돼 죗값 치르겠느냐? 참회해 성불 하겠느냐?”

이에 그들은 죄를 뉘우치고 열심히 도를 닦아 성불해 나한이 됐다고 한다. 비록 세속에서 살더라도 불도를 닦아 도를 깨치면 누구나 성불할 수 있다는 교훈이 담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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