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류업체 노동자 시위로 촉발..한국 직원 피해없어
영원무역 회장 "공장 공격한 자들은 외부인"

(방콕=연합뉴스) 방글라데시 남동부 치타공 지역의 한국 의류업체 공장에서 촉발된 현지 섬유 근로자들의 대규모 폭력시위가 이틀째 벌어지는 과정에서 진압 경찰과 노동자들이 충돌, 3명이 사망하고 250여 명이 부상했다.

12일 방글라데시 언론매체 'bdnews24'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치타공 수출가공구역지역과 수도 다카에서 임금인상률에 불만을 품은 섬유 근로자 수만여 명이 격렬 시위에 나서면서 경찰과 충돌,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시위는 한국 의류업체인 영원무역 치타공 공장의 근로자들이 지난 11일 오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불법 시위를 벌인 이후 치타공 수출가공구역지역 전역으로 확산됐다.

시위대는 11일 오후 영원무역 치타공 공장에서 공장시설과 집기를 파괴하며 불법 폭력 시위를 벌였으며 영원무역 측은 시설과 직원 보호 등을 위해 치타공과 다카의 공장 17곳을 폐쇄했다.

방글라데시 현지 한국 대사관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의 진압작전이 시작되면서 12일 오후 2시부터 시위 사태는 소강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태영 방글라데시 주재 대사는 "영원무역 치타공 공장의 시위는 11일 오후 종료됐고 시위 이틀째인 12일에는 다른 현지 의류업체 공장 등에서 시위가 벌어졌다"면서 "영원무역 현지 직원 4명이 부상을 입었으나 한국인 직원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둘째 날 시위에서 치타공 수출가공무역지구 내 다른 공장을 공격.약탈했으며 파텐가와 치타공을 잇는 도로를 점거, 공항으로 향하는 교통도 마비시켰다.

몽둥이와 돌 등으로 무장한 시위대는 수출가공무역지구 정문 근처의 버스를 불태우고 현지 쇼핑센터 2곳을 약탈했으며 현장에서 취재 중인 기자 2명을 공격하는 등 극단적인 폭력 성향을 보였다.

방글라데시 경찰은 이에 따라 물대포와 최루탄, 고무총알 등을 동원해 진압작전을 벌였고 수십여명을 체포해 불법 시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시위대는 11일 시위 이후 2명의 근로자가 실종됐다면서 이들이 살해당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모함마드 압둘 카 치타공 경찰서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시위 및 진압 과정에서 3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 1명은 '릭샤(인력거)' 기사이며, 나머지 2명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주요 외신들은 또 치타공 지역(150여 명)과 다카(50여 명), 나라얀간지시(50여 명) 등에서 노동자와 경찰 등 250여 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노동자 시위가 촉발된 영원무역은 치타공과 다카에 17곳의 공장을 운영하며 현지인 직원 3만6천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원무역 치타공 근로자들은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조치에 따라 회사 측이 임금을 인상하면서 숙련공의 임금은 인상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품고 시위를 벌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공장을 공격한 사람들은 근로자들이 아니라 외부인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성 회장은 임금 문제와 관련해 근로자들과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으며 지금까지 영원무역은 다른 회사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해왔다면서 당국에 공장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촉구했다.

bdnews24는 시위 상황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이날 오후 여당인 아와미리그(AL)의 지역 지도자들이 당국자들과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또 수출가공무역지구 관계자인 자밀 아메드는 "영원무역을 제외한 다른 공장은 월요일부터 가동이 재개될 것이다. 다만 영원무역은 파손이 심한 만큼 공장 가동 재개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치타공 수출가공무역지구 내에는 의류, 신발, 자전거 등을 생산하는 70여 개의 외국회사 공장이 밀집해 있으며, 23개의 한국 업체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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