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당시 울산지검장이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터뷰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지난 2009년 당시 울산지검장이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터뷰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윤중천 구속영장 기각되며 위기

윤씨 “동영상 남성 김학의 맞다”

증언에도 성범죄 연관성 부인

공소시효 ‘벽’에 수사 계속 난관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뇌물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이른바 ‘김학의 수사단’이 출범한 지 29일로 꼬박 한 달이 된다. 야심차게 출발한 수사단은 김 전 차관 관련 의혹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위기에 빠지는 듯 했으나, 윤씨가 ‘별장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임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윤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수사단은 윤씨를 부른 건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에만 벌써 네 번째다. 검찰은 윤씨를 앞으로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공식 활동을 시작한 수사단은 그간 윤씨와 그 주변 인물들을 훑으면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갔다. 수사단 출범 6일 만인 지난 4일 윤씨 자택과 사무실, 강원도 원주 별장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나선 검찰은 17일엔 윤씨를 체포한 뒤 이튿날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하지만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수사를 개시한 시기와 경위, 영장청구서에 기재된 범죄 혐의의 내용과 성격,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에 비춰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별건 수사’를 통해 윤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김 전 차관 관련 사건에 대해 접근하려던 검찰의 방식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단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수사계획이 틀어지자 수사단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점차 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사단은 영장 기각 이후에도 윤씨를 꾸준히 소환하며 혐의를 다져 나갔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윤씨 측은 “윤씨 신병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으면 김 전 차관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실제 윤씨는 지난 26일 별장 동영상으로 불리는 영상의 촬영자가 자신이며,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원본에 가까운 동영상 파일을 확보했고, 분석 결과 2007년에 촬영된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과정에서 여성 한명과 남성 두명이 등장하는 사진을 새로이 입수했다.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며 성폭력 피해를 주장한 A씨는 사진 속 여성도 본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윤씨는 동영상 속 여성이 A씨가 아닌 유흥업소에서 부른 여성이라고 주장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을 특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성범죄 혐의를 피해가려는 시도가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앞서 2014년 이뤄진 수사에서 영상 속 여성이 특정되지 않아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적이 있다.

또 윤씨는 영상 촬영시점에 대해서도 2006년 말이나 2007년 초쯤이라고 주장하는 중이다. 이는 2명 이상이 공모해 범행할 경우 적용되는 특수강간 혐의에 대한 처벌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수강간 혐의가 2007년 12월 21일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났는데, 영상 촬영 시점을 법 개정 앞으로 특정해 어떻게든 성범죄 가능성을 낮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뇌물수수 혐의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윤씨는 2008년 이전 김 전 차관에게 “검사장 승진 청탁에 쓰라”며 수백만원이 담긴 돈 봉투를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적용받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3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의 뇌물 액수에 대한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반복된 동일 범죄를 하나로 묶어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포괄일죄’를 적용한다 해도 2009년 이후 뇌물 수수 혐의만 기소할 수 있다. 뇌물 액수가 1억원이 넘으면 15년으로 공소시효가 확대된다.

결국 윤씨는 공소시효를 철저히 계산해 처벌 받지 않는 선에서만 검찰에 진술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검찰은 계속된 소환을 통해 관련 혐의를 집요하게 추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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