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식 천안제일요양원장이 지난 9일 천안시청 부근에서 본 기자를 만나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9
곽명식 천안제일요양원장이 지난 9일 천안시청 부근에서 본 기자를 만나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9

 

학대 지목 보호자가 원치 않아
어르신·보호자 모두 탄원서 제출
업계 “부당한 처분, 재심의 해야”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노인 학대 오인 논란이 일고 있는 천안제일요양원(원장 곽명식)에 대해 천안시가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부당한 처벌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회장 권태엽)와 충남노인복지협회(회장 김원천) 등은 천안제일요양원에 대한 2개월 영업 정지 처분은 부당하다며 재심의 해야 한다고 일제히 이의를 제기했다. 문제의 동영상 장면만을 보고 학대로 판단하고 잘 지내고 있는 어르신까지 강제 퇴소시켜야 하는 것은 과도한 처분이라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천안제일요양원은 2016년 2월 21일 오후 8시 20분경 신경정신용제를 복용 중인 폭력성의 어르신을 요양보호사들이 제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한 요양보호사가 신체적 학대를 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노인보호전문기관과 천안시는 동영상 장면을 보고 신체적 학대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그해 8월 18일 어르신의 기저귀 교체시 가림막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까지 포함해 천안시는 영업정지 2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천안시는 행정심판위원회를 열어 처음에는 6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으나 요양원이 동종의 처분 전력이 없는 점, 노인학대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점, 반성하고 다수의 탄원서가 제출된 점,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정지 2개월로 감경했다.

천안제일요양원은 천안시를 상대로 법원에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올해 1월 21일 대법원 판결까지 모두 기각됐다. 이에 천안시는 판결 확정에 따라 이달 1일부터 2개월 영업정지 처분 집행할 것을 요양원에 통보했고, 요양원은 입소자 조치 문제로 1개월을 연기 요청했다. 오는 5월 1일이면 업무정지가 되는 것이다.

요양원 측은 “불만을 가진 퇴사자가 어르신을 학대했다고 신고했는데, 동영상으로만 본다면 오인하기 쉬운 장면이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로 지목된 어르신의 보호자는 이를 학대행위로 보지 않아 행정심판위원회에 탄원서를 냈고, 해당 어르신은 그 사건 이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잘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억울하게 가해자로 지목된 요양보호사는 당시 학대유무를 떠나 퇴사한 상태다”고 반박했다.

또 어르신의 기저귀 교체 시 가림막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처분 내용에 대해서도 “외부인을 위해 방안에서 문을 향해 가림막을 설치하고 실수로 어르신과 어르신 사이를 치지 않았다는 사유를 들어 성적 학대로 판단했는데, 동성의 어르신들이 수치심을 느꼈는지 확인해 봤는지 묻고 싶다”고 해명했다.

이같이 학대로 판단된 사건 이후에도 해당 어르신은 현재까지 요양원에서 잘 생활하고 있다는 것과 당시 해당 요양보호사는 퇴사하고 없음에도 천안시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7조 사항을 들어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천안제일요양원에서 잘 지내고 있는 어르신들이 강제퇴소 위기에 몰린 것. 업계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피해 당사자인 어르신도 잘 지내고 있고 보호자도 계속 여기서 지내길 원하고 있다. 만약 동영상처럼 문제가 있었다면 계속 남아 있으려 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오히려 “현재 생활하는 어르신과 보호자들은 요양원을 지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당하고 바르게 모시지 않았다면 앞다퉈 다른 시설로 떠나갔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즉 요양사의 당시 잘못이 범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기 보다 인간적 실수였으며, 사회통념상 양해가능한 수준임을 방증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어 “한 치라도 잘못이 있다고 판단한 종사자는 모두 퇴사했고, 시설은 어르신을 모시는 데 성심과 최선을 다하고 있는 등 정상 운영되고 있다. 어르신과 보호자, 요양사까지 모두가 퇴소를 원치 않는다. 부당한 처벌을 즉각 재심의 할 것”을 요청했다.

9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곽명식 천안제일요양원장이 시의 2개월 영업정지 조치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3
9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곽명식 천안제일요양원장이 시의 2개월 영업정지 조치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4.9

곽명식 천안제일요양원장은 “치매 어르신을 모시다보면 돌발 변수가 많다. 폭력성 증상을 보이자 이를 제지하는 상황에서 정신이 없던 터라 요양사가 의도치 않은 실수를 했다. 이를 동영상의 한순간만을 보고 학대로 판단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우리 요양원에서 편안히 잘 있는 중증어르신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요양원을 떠나 다른 곳으로 나가야 된다는 말인가”라며 “자녀들도 못 오는 어르신들을 정성으로 돌보고 있는 직원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퇴사당해야 되는 것인가”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한 “어르신께서 원치 않는 강제 퇴소는 인권 유린이나 다름없다”며 “어르신을 내모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즉각 시정할 것”을 밝혔다. 아울러 “고용된 의료인이 잘못을 했다고 모든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퇴원시키지 않으며, 한 교사의 실수나 잘못이 있다고 해 전교생을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내거나 영업정지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 비쳐 부당한 처분임을 설명했다. 이에 “잘못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천안시의 과도한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배한 위법·부당한 처벌이다”고 토로했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요양원이 어르신을 상대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국가사업을 하는 곳인데, 영업정지라는 표현 자체가 인권유린이나 다름없다”면서 “해당자에 대한 업무정지 조치라면 모를까, 천안시의 영업정지 조치로 인해 전혀 상관없는 어르신은 다른 곳으로 쫓겨나게 생겼고, 근무 중인 직원은 한순간에 실업자 신세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노인복지중앙회는 조만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천안시 관계자는 “요양원 사정은 딱하고 안타깝지만 대법원의 판결난 사항을 우리 시가 임의로 번복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상부 기관이나 입법기관에 가서 요청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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