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한 나라의 통치자에게 있어 국민은 어떤 존재인가. 상전인가 종인가. 그리고 백성들의 삶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춘추전국시대 명재상 관중은 ‘왕은 백성을 으뜸으로 여기고, 백성은 음식을 으뜸으로 여긴다. 능히 으뜸의 으뜸을 아는 자만이 왕이 될 수 있다(能知天之天者 斯可矣)’라고 했다. 

통치자는 백성들을 상전으로 삼아야 하며 또 먹는 것을 잘 해결해 주어야 왕 자격이 있다는 뜻이다. 맹자도 ‘백성들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고 했다. 
이성계는 개국교서에 특별히 사궁민(四窮民)을 보살피라고 선언했다. ‘사궁민’이란 가난한 네 부류의 백성이다. 늙고 아내가 없는 홀아비, 남편을 잃은 홀어미, 어린 고아, 자식 없는 노인, 장애인이 등을 지칭한다. 

아들을 뒤주에 가둬 목숨을 끊게 한 비정한 영조도 남다른 인정이 있었던가.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굶주리자 파견되는 암행어사를 특별히 친견했다. 이 자리서 영조는 백성들의 참상을 듣고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다. 함께 있던 어사도 임금이 울자 함께 대성통곡 했다. 마침 정조가 세손으로 배석하면서 목격한다. 

정조도 북관(北關)에 기근이 들자 어사를 보냈다. 어사가 떠나는 날 특별히 불러 할아버지의 얘기를 들추며 특별히 당부한다. ‘나는 지금 선왕처럼 울지는 못하나.. 북로(北路) 수만 명 백성의 목숨이 그대의 몸에 지워져 있다. 반드시 성실히 하고 반드시 공경하여 지극한 뜻을 저버리지 말라’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살아야 임금에 대한 평가도 좋아진다. 조선 시대 태종, 성종, 숙종시기를 태평성대라고 부르는 것은 풍년이 지속돼 굶주린 백성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에도 통치자가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경제에 성공해야 한다. 영화배우로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고(故) 로널드 레이건은 침체에 빠졌던 미국 경제를 활성화시켰다. 레이건의 업적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바로 취임 초 경제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였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 되었을 때 과연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도 따랐다. 그러나 레이건은 영화 주인공처럼 경제에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 

필리핀 배우 출신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은 실패한 대통령이었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대통령에 취임했으나 부정부패로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대선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에스트라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경제정책에 실패하고 빈곤을 퇴치하지 못했다. 국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에스트라다의 퇴진을 촉구했다. 결국 에스트라다는 실각하고 말았다. 

며칠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에서 40대의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당선돼 화제가 되었다. 그는 ‘국민의 종’이라는 정당을 만들어 절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획득한 것이다. 국민의 종이란 ‘국민을 상전으로 모신다’는 뜻이다. 

동서고금 통치자들은 먹는 것을 제일로 삼았다. 경제가 잘 돌아가야 나라도 평안하고 국민들의 신임도 받는다. 지금 정부는 우크라이나 새 대통령처럼 국민의 종이란 생각을 갖고 있으며 서민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가. 역사에 남는 대통령, 성공한 정부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경제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한 원인을 하루 속히 개선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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