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지구온난화로 북극이 따뜻해져 빙하가 녹아내리며 먹이 사냥이 어려워진 북극곰 한마리가 먹이를 찾아 700㎞나 되는 거리를 걸어 내려와 러시아 극동지역의 한 마을에서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며, 우리 사회에 화두로 대두되기 시작하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 말에서 ‘여섯 번째’와 ‘대멸종’이란 말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여섯 번째라는 말에는 38억 년 전 지구상에 생물이 처음으로 출현한 이래 지구 역사에서 나타났던 다섯 차례의 대멸종에 이어 다시 대멸종이 시작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멸종(滅種)이란 말은 환경변화에 의해 생물 종의 개체수가 계속 감소하다가 결국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대멸종(大滅種)은 이런 멸종이 일부 종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 전반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일컬으며, 학술적으로는 생존했던 종의 70% 이상이 한꺼번에 멸종한 사건을 지칭한다. 

첫 번째 대멸종은 고생대 오르도비스기(Ordovician Period) 말인 4억 4000만~4억 5000만 년 전 사이에 발생했고, 85%에 달하는 생물 종들이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대멸종은 고생대 데본기(Devonian Period) 말인 3억 6000만 년 전에 시작돼 천만 년 이상 지속됐으며, 70%가 넘는 생물 종들이 멸종했다. 세 번째 대멸종은 고생대 페름기(Permian Period) 말인 2억 5000만 년 전에 발생해 지구상의 전체 생물 종 중 95% 이상이 사라진 규모가 가장 큰 대멸종으로 기록되고 있다. 네 번째 대멸종은 약 2억 년 전인 중생대 트라이아스기(Triassic Period) 말에 나타나 80%가 넘는 생물 종들이 멸종했다. 다섯 번째 대멸종은 약 6500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Cretaceous Period) 말에 지름이 10Km에 달하는 커다란 운석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 인근에 충돌해 발생했다. 운석 충돌로 발생한 산림 화재로 대기 중에 퍼진 먼지 때문에 몇 달 동안 햇빛이 차단되며 멸종이 시작되었다. 이 대멸종 사건으로 70%에 달하는 종들이 사라졌으며, 당시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멸종 시기를 지칭하는 지질시대는 지구상에서 대륙이 갈라져 바다가 생기거나, 맨틀(mantle)을 이루는 지각판이 충돌해 산맥이 형성되거나,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는 등에 의해 지구상에 큰 변화가 발생한 시기를 지칭해 붙여진 이름이다. 

인류가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지질시대를 일컫는 ‘인류세(人類世; Human Epoch)’라는 말이 대두되고 있다. 인류세는 2000년에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에 관한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인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이 인류가 출현한 시기를 지칭해 제안한 말로,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1만 년 전, 산업혁명이 시작된 1820년대 또는 원자폭탄이 투하된 1945년 등으로 제안되고 있다. 

인류세로 지칭되는 현세에 나타나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류의 대멸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다섯 번째 대멸종에서 최상위 포식자인 공룡이 멸종된 사실로 미루어보아 여섯 번째 대멸종이 발생한다면 현재 지구상에서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도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류의 미래에 다가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주요 원인으로는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를 들 수 있다. 인간의 자연에 대한 지나친 개입 및 개발에 따른 생물 종의 서식지 파괴와 유실, 지나친 포획 활동과 벌목과 함께 생물 다양성 보존에 대한 이해 부족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생물 종들이 살고 있으나 자연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무분별한 활동과 개발 때문에 많은 종들이 사라지고 있다. 2014년 발간된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는 2200년이 되면 양서류의 41%, 조류의 13%, 포유류의 25%가 멸종할 것이며, 멸종 속도도 6,000만 년 전보다 무려 1,000배나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도 멸종 가능성을 검토한 7만 6,199종 가운데 29.4%인 2만 2,413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인류에게 다가오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생물 종의 멸종을 막는 일이 바로 인류의 멸종을 막는 지름길이다. 지금이 바로 여섯 번째 대멸종에 대한 국가 차원의 거시적 대책과 함께 전 지구적으로 생물보전을 위한 자원의 투입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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