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 친교 과시했지만
日, 트럼프 ‘5월 타결’ 주장 ‘난색’
아베-트럼프, 선거 앞 결과 집중
[천지일보=이솜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에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관계를 한껏 과시한 가운데 이달 시작된 양국 간의 무역협상 등을 둘러싸고는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26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의 49회 생일만찬에 부부동반으로 참석해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이튿날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라운딩을 하며 친교를 다졌다.
그러나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본 주요 언론은 28일 ‘미일 밀월의 불협화음(도쿄신문)’ ‘급한 성질의 트럼프 대통령, 일본 긴장(마이니치 신문)’ 등 제목으로 두 나라 정상의 밀월 속 감춰진 위험 요인을 지적했다.
이달 시작한 미일 무역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페이스에 아베 총리가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아베 총리와의 단독회담에 앞서 양국 간 무역협상 타결 시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5월 말) 방일 때 서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는 아베 총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으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답을 듣는 순간 고래를 갸웃하면서 얼굴을 찡그렸다고 한다.
이제 막 시작한 협상을 앞으로 한 달 남짓 만에 타결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일 양국이 이달 협상을 시작하면서 합의한 협상의 큰 골격은 농산물 등 물품과 전자상거래 같은 디지털 분야의 합의안을 도출하고, 그 다음에 기타 무역 및 투자 관련 분야의 2단계 교섭을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일본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농업 분야에서 미국에 양보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관세 부과 등을 위협하는 자동차 등 다른 분야에서도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환경으로 몰리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기자들이 빠진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말 합의는 어렵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면 협상 대표들에게 맡기자”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후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5월 말 협상 타결’ 발언에 대해 “서로 윈윈하는 협상을 하자고 했다”고 다소 모호하게 정리하며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일본과의 무역 협상을 서두르는 이유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해 줄 핵심층으로 여기는 농업계가 요구하는 것을 일본이 받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일본이 부과하는) 농산물 관세를 없애거나 낮추고 싶다”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 입장에서도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는 7월에 참의원 선거라는 중요한 정치 일정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아베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해 올 5월 하순 농산물 시장을 열게 되면 참의원 선거에 타격 받을 것이 뻔한 상황이다.
아베 정부는 절반의 의원을 바꾸는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둬야 개헌 추진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베 정부가 설령 미국에 양보하는 방향으로 타결을 본다 해도 그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월 말이 아닌 7월 참의원 선거 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