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불 발화 원인으로 꼽히는 변전 설비 폭발 장면. (출처: YTN 화면 캡쳐)
강원산불 발화 원인으로 꼽히는 변전 설비 스파크 장면. (출처: YTN 화면 캡쳐)

171건 중 비자연적 원인이 3분의 2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강원산불 발화 원인을 둘러싼 한국전력[015760]의 책임 논란 속에 지난해 한전이 운영하는 송·변전설비 고장 건수가 전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최근 전력거래소가 발간한 ‘2018년도 전력계통 운영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송전·변전 설비 고장은 총 171건으로 전년보다 2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송·변전설비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고압의 전기를 적절한 전압으로 낮춰 수요처에 공급하는데 필요한 전력 계통 필수 설비를 말한다. 송전설비로는 송전케이블, 철탑 등이 있고 변전설비로는 인입케이블, 변압기 등이 있다.

송전설비 고장은 총 110건으로 전년대비 19건 증가했으며 변전설비 고장도 총 61건으로 전년보다 11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고장 원인별로는 자연재해(60건, 35.0%)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설비결함(45건, 26.3%), 고장파급(21건, 12.3%), 외물(外物) 접촉(19건, 11.1%), 보수불량(17건, 9.9%), 인적실수(6건, 3.5%) 순이었다.

비(非)자연적인 원인에 의한 고장 발생이 3분의 2에 이르는 셈이다. 송·변전설비의 잦은 고장은 전력공급 체계의 안정성을 위협해 대규모 정전사태 등을 부를 수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강원도 산불 사고의 원인이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노후화된 전력 설비 때문이라는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어 송·변전 및 배전에 이르는 전반적인 전력 계통 인프라에 대한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송·변전설비 고장의 경우 자연재해에 의한 증가분을 빼면 예년에 비해 그렇게 급증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며 “이번 강원산불 발화와 직접 관련된 것은 개폐기 등 배전설비 부분으로 순간 최대풍속 34㎧의 태풍급 강풍이 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자연재해에 따른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대형 태풍 및 폭설(자연재해)로 송전선로 고장이 전년보다 비정상적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번 강원 고성산불 원인과 관련, 특고압 전선이 바람에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한 ‘아크 불티’가 마른 낙엽과 풀 등에 붙어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감정 결과를 지난 18일 경찰에 통보한 바 있다.

이에 경찰은 지난 23일 한국전력 속초지사와 강릉지사 등 2곳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 산불 원인과 관련한 사고 전신주의 설치와 점검, 보수내역 등의 서류를 압수해 분석작업을 하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지난 24일 고성 산불 피해현장을 찾아 이재민들에게 “한전 설비에서 발화된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수사 결과에 따른 1차적인 책임(형사 책임) 여부와 관계없이 한전은 지방자치단체·이재민 비대위 등과 협의해 합당한 조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이번 강원산불과 지난 2월 경주 변전소 화재에 따른 정전사태 등에 비춰볼 때 초고압·장거리 송전망이 필요 없는 분산형 전원의 확대가 실질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 안정적인 송·변전망 운영과 함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분산형 전원의 역할 확대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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