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샤오보 자리에 빈 의자 배치..수상자 불참 역대 두 번째
노벨위원회, 류 석방 촉구..오슬로 시내서 찬반 집회

(오슬로=연합뉴스) 2010년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10일 올해 수상자인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가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시청에서 거행됐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시상식에는 노르웨이 왕족,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비롯한 저명인사, 이병현 주(駐) 노르웨이 주재 한국 대사 등 각국 대사, 중국의 망명 반(反) 체제 운동가 등 모두 약 1천명이 참석했다.

노르웨이 주재 65개국 대사 가운데는 중국, 러시아, 이란 등 최소한 15개국 대사가 류샤오보에 대한 노벨 평화상 수상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시상식에 불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인 류샤오보는 물론 부인과 가족들까지 중국 당국에 의해 출국이 금지됨에 따라 시상식장에는 빈 의자만 상징적으로 배치됐다.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수상자가 참석하지 못한 것은 1935년 수상자인 독일의 언론인이자 평화주의자 카를 폰 오시츠키가 나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탓에 불참한 이래 이번이 역대 두 번째다.

노벨위원회의 토르뵤른 야글란 위원장은 시상식에서 연설을 통해 류사오보 구금은 중국 정치체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시상식에 류 부부는 물론 친지들도 참석하지 못한 사실만으로도 "이 상을 그에게 주는 게 필요했고, 적절했음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야글란 위원장은 류가 "중국 인권투쟁의 상징으로서 그의 견해가 장기적으로 중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에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의 인권 운동가들은 국제 질서, 그리고 전 세계적 흐름의 수호자들"이라고 추켜세우고 "류샤오보와 중국에 행운을 빈다"고 말하면서 노벨평화상 증서를 빈 자리에 올려놓아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작년 수상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별도 성명을 통해 류샤오보 부부가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것에 유감을 표시한 뒤 중국이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나보다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더 많은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 중국 당국에 그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시상식 행사 후에는 오슬로 시내에서 횃불 시가행진이 열리며 저녁에는 하랄드 노르웨이 국왕과 소냐 왕비가 주관하는 연회가 있을 예정이다.

전날에는 국제앰네스티(AI) 소속 100여 명이 "류에게 자유를", "중국의 자유"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노르웨이 주재 중국 대사관까지 시가행진을 벌인 뒤 류샤오보의 석방을 촉구하는 10만여 명 서명의 청원서를 대사관에 전달했다.

또 '중국의 애국주의적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홍콩 연대(支聯會.지련회)'를 비롯한 10여 개 홍콩 민주단체들은 지난 5일 홍콩에서 류샤오보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이날 주 노르웨이 중국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반면, 노르웨이-중국 협회 소속의 중국인 약 50명은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때에 노르웨이 의회 앞의 소공원에서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항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류샤오보는 범죄자", "류샤오보는 평화를 위해 한 게 없다", "노벨 평화상은 정치적 도구"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똑같은 구호를 외치면서 노벨위원회를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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