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내용을 담은 '판문점선언'을 국내외에 천명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제공: 한국공동사진기자단) 2019.4.27
지난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내용을 담은 '판문점선언'을 국내외에 천명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제공: 한국공동사진기자단) 2019.4.27

첫발은 뗐지만… 판문점선언 1년을 바라보는 두시각

김영준 “北압박… 트럼프 재선 스케줄 위한 밀당”

신범철 “최근 북미 간 원점으로 회귀하는 듯해”

다수 전문가 “남북정상회담 열릴 가능성 낮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 발표한 판문점 선언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가 명기되는 등 그 상징성이 컸다는 것이다.

다만 이같이 전체적인 총론에서는 입을 모았지만 각론에서는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판문점선언 후 1년이 된 지금 핵심 쟁점인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절반의 성공이었다는 의견과 사실상 진전된 것이 없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간 교착상태가 되풀이되고 있는 상황에서 완전한 성공이라 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판 전체가 엎어지지는 않았고, 2017년과 비교해보면 전쟁위기나 북한의 도발을 중단시켰다는 점에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완전하진 않지만,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해석이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도 “아직 1년밖에 안 됐다. 일부 회의론이 있지만 큰 그림과 방향 상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실망하기에는 이르다”면서 “최근 미국의 북한에 대한 강한 압박은 트럼프가 재선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약간의 밀당을 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김정은도 연말까지라고 얘기한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고 진단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시정연설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시한을 올해 ‘연말’로 못 박았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선 준비에 여념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약점을 파고드는 동시에 북한 주민들에게는 자력갱생의 시간표를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달리 일부 전문가는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진 것은 없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당시 (판문점선언에서는) 공동의 목표라는 것만 확인했지 누가 언제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면서 “당시 합의를 이뤄내긴 했으나,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비핵화에 대한 진전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센터장은 또 4.27선언은 평화·번영·통일 세 가지를 위한 것이었는데 첫 번째 단계인 평화부터 안됐다며 평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핵문제를 꼽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핵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으니 평화로 나가지 못한다. 또 핵문제 해결이 안되니 대북제재 때문에 경제 문제도 해결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판문점 선언 당시 장밋빛 분위기였지만, 결과적으로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최근 북미 간 일련의 과정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비핵화의 실질적이 진전도 없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며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서 다시 한 번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하노이회담 결렬 여파로 북미는 물론 남북 간에도 강한 냉기류가 흐르면서 교착 국면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노이회담 결렬에 이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북미회담 조기 개최를 견인할 만한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남북정상회담도 험로가 예상된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 11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북한이 요구하고 있고, 또 한국이 절충하는 단계적 해법에 대해서는 내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도 “현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빅딜’을 논의하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본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 유지 방침을 재확인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유보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우리 정부의 중재안인 이른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 충분히 괜찮은 거래), 얼리 하베스트(early harvest, 조기 수확)에 대해서도 구체적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김준형 교수는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하노이회담 결렬 후) 최근 한미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북한을 강하게 몰아붙이면서 항복을 요구하고 있다”며 “미국이 유연성을 발휘하거나 북한이 원하는 것들이 나오기 전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북한은 현 상황을 6.12이전 시점으로 돌아갔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입지나 정당성을 빌드업(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섣불리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준 교수도 이른 개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북·러회담 끝나고 트럼프가 5월에 일본 방문 후에 한국을 방문할 것이다. 그렇다면 6·7·8월에 사이에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김정은이 받을 수 있는 것이 없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했다. 다만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받을 수는 있다며 쓴 웃음을 짓기도 했다.

신범철 센터장도 “우리 입장으로는 북미 간 대화 견인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북한 쪽에서 미국이나 우리 측의 입장 변화를 요구하면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것 같다”며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와는 다른 결에서 시기상 문제일 뿐 결국 북한은 한국·미국과의 대화에 응하게 될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문성묵 센터장은 “대화 가능성은 김정은 결단에 달려 있다. 오늘이라도 김정은이 마음을 바꿔 먹으면 된다”며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고 골탕을 먹인다고 해서 얻을 게 뭐가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미국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여지가 생긴다”며 “시기상 문제지 결국은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선택지가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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