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예산안 등을 처리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는 아비규환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본회의장 입구를 막고 실력저지에 나선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과 새해 예산안을 강행처리하려는 여당 의원들과의 충돌과정에서 몇몇 의원이 다쳤고, 일부는 병원에 실려 갔다. 사무실 집기가 날아다니고 유리창이 깨졌다. 몸싸움과 욕설을 주고받는 험악한 장면이 연출됐다. 한 언론은 이런 국회의원들에게 ‘국K-1’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유명 이종격투기를 패러디한 것이다.
민주주의에서는 구성원의 주장과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더 이상 타협이 되지 않을 때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국민의 심판을 받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법질서를 무너뜨린 행위는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물론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타협을 이끌어내지 못한 측의 책임도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 ‘난투극 국회’를 막지 못한 여야는 공동의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서로 남만 탓할 게 아니라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국회의원의 면책적 특권을 악용해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 내 소란행위자에 대해 가중처벌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깨어 있는 의식이다. 불법적인 행태를 보고도 잊어버리거나 묵인한다면 어떠한 나쁜 관행도 고칠 수 없다. 불법엔 반드시 불이익과 심판이 따른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 국회의 자정능력이 땅에 떨어진 이상 국회를 바로잡을 수 있는 주체는 국민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