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핵심 피의자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지난 19일 밤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나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핵심 피의자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지난 19일 밤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나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인정돼도 공소시효 여전히 쟁점

피해여성 2008년 성범죄 주장

윤씨 입에서 관련 진술 나올까

다음 주 김학의 소환 가능성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씨가 검찰 조사에서 이른바 ‘별장 동영상’에 나오는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처음 인정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26일 오후 1시 윤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씨는 전날 조사에서 강원도 원주 별장 성관계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는 사실을 처음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과거 조사에서 동영상에 나오는 남성과 김 전 차관과 비슷하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검찰 수사에서 공식적으로 진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씨는 2007년 11월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촬영한 성관계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이 자신과 김 전 차관이라는 사실도 시인했다. 그러나 성범죄 혐의는 역시 부인했다.

수사단은 앞서 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며 수사에 차질을 빚었다. 이후 수사단은 윤씨를 두 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했고, 두 번째 조사가 끝난 지 13시간 만에 윤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지난 23일 소환 때 윤씨는 불구속 수사를 요구하면서 진술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2시간 10분 만에 귀가했다. 지난달 25일엔 조사 시작에 앞서 “이번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한 윤씨는 그 말처럼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 다만 여전히 유의미한 진술은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은 윤씨 조카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전 차관과 윤씨의 성범죄 혐의를 입증할 만한 사진을 찾아냈다. 2006~2008년 두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여성 A씨는 최근 검찰에 출석해 해당 사진을 보고 사진 속 여성이 자신이 맞고 남성 2명은 김 전 차관과 윤씨라고 밝혔다.

지난 2009년 당시 울산지검장이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터뷰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지난 2009년 당시 울산지검장이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터뷰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윤씨가 동영상과 사진을 자신이 찍었고, 그 안의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공소시효는 여전히 문제다.

수사단 내부에선 사진·동영상이 2007년 12월 이전에 촬영된 것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2명 이상이 공모해 범행할 경우 적용되는 특수강간 혐의는 2007년 12월 21일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났기에, 그 이후 일어난 사건만 기소가 가능하다.

성범죄 관련 진술이 명확하고 동영상·사진 등 관련 증거의 등장인물이 특정돼도 2007년 12월 이후 특수강간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처벌할 수 있다.

윤씨가 A씨 주장대로 2008년 1~2월 A씨의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성범죄가 있었다고 진술하는 등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 혐의에 대해 털어놓는다면 다른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 A씨는 앞서 여러 차례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그러나 원주 별장 동영상 촬영 시점을 2007년 8~9월에서 2007년 12월, 2008년 1~2월 등으로 번복하면서 2013·2014년 당시 수사를 맡은 검찰은 A씨의 진술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품고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지금까지 윤씨는 단 한 번도 김 전 차관의 성범죄·뇌물수수와 관련해 입을 열지 않았기에 공소시효가 계속 발목을 잡는 수사단에겐 윤씨의 입이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수사단은 이날 윤씨를 상대로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의혹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그동안 김 전 차관은 별장에 간 사실이 없고, 윤씨를 알지도 못한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수사단은 다음 주 중 김 전 차관을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 진술을 바탕으로 김 전 차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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