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불법과 반칙, 고성이 오가는가 하면 국회의장실에서는 물리력까지 동원해 상대를 겁박하는 집단행동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그 와중에 자유한국당 한 여성의원이 문희상 국회의장을 몸으로 막는 과정에서 문 의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헌정체제의 보루이자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빚어진 일이다. 오죽했으면 문 의장이 “이게 대한민국 국회가 맞냐?”고 소리 칠 정도였을까 싶다.

국회는 그 어느 곳보다 대화와 합의의 가치가 존중되는 곳이다. 민주주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선거제도 개편 등에 대해 합의했다. 그러나 후속 논의가 지지부진한 끝에 자유한국당만 빠진 채 여야 4당 원내대표가 최근 선거제도 개편과 공수처 설치 등에 대한 내용에 다시 합의했다. 자유한국당과는 더 이상의 합의가 어려우니 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는 일정도 밝혔다. 그렇다면 이 또한 국회법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되는 것이 원칙이고 또 상식이다. 그것이 의회정치의 본질이다.

여야가 합의한 정치일정을 자유한국당이 거부하고 후속조치까지 물리력으로 막아서는 것은 옳지 못하다. 물론 반대할 수 있다. 반대한다면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표결 때 당당하게 행동에 나서면 될 일이다. 게다가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한 것은 특정 정당의 강한 반대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적 대안이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끝까지 몸으로 막겠다고 나선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바른미래당 문제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여야 4당이 합의하고 추진키로 했다면 그것이 당의 방향이고 동시에 책무이다. 여기서도 특정 의원의 유불리가 있을 수 있으며 합의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반대한다고 해서 여야 4당이 합의한 후속 일정 자체를 무산시키거나 이를 막아서는 언행은 적절치 못하다. 개별 의원의 입장이 당과 충돌할 때 당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당인으로서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당의 입장을 거부하고 있는 오신환 의원에 대한사보임을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먼저 행동에 나서고 뒤이어 바른미래당 내의 구 바른정당쪽 인사들까지 덩달아 행동에 나서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략적 속내’가 훤히 드러나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김관영 원내대표가 사보임을 결정했으며 문희상 국회의장이 병상에서 이를 수용했다. 당연한 귀결이다. 선거제도 개혁과 검찰개혁 같은 시대적 대의가 구태의연한 정략의 희생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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