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공공임대주택’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임대주택은 한 30가지 될 것이다. 전세임대, 매입임대라고 들어 봤을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언젠가 한번은 두 유형의 주택에 대해 들어 봤을 것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구별되는 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종종 들어 봤다”고 말한다.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하다면서 찾아오거나 전화 상담하는 사람 가운데 “거 있잖습니까. 빌라, 다세대 뭐 이런 주택 있잖아요? 그거 좀 ‘알선’해 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전세임대는 당첨자가 민간주택을 스스로 알아봐야 하는 주택이니까 공공임대주택이 아니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했다고 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준공물량에 포함시켜 발표하고 있다. 국민 눈속임이다.

매입임대는 LH나 SH 공사, 지역도시개발공사 같은 곳에서 기존주택을 매입해서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을 해서 한부모 가정, 장애인이나 기초생활수급권자,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제공하는 주택이다. 최대로 20년 살 수 있으니까 주거안정에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공주택이 바로 매입임대주택이다. 그런데 문제는 입주 조건이 까다롭고 물량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상담하는 분들은 이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자격이 안 돼 접근이 불가능한 주택인데 뉴스나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 그런 경우 조심스럽게 자격이 안 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뉴스에 나왔는데 왜 나는 안 되냐고 묻는다. 그러면 물량이 적고 입주 신청 1순위가 수급권자와 한부모 가정 등의 계층이라고 설명한다. 실망한 눈빛이 역력하다. 정확히 말하면 망연자실한 표정에 가깝다. 소문 듣고 어느 곳을 찾아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여간 용기를 내지 않으면 문턱을 넘기 어렵고 전화기를 들기 어렵다. 용기에 용기를 내어 찾아 갔는데 입주 자격이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 희망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걸 느끼게 된다. 주거복지센터나 주거 시민단체를 찾아오는 분들은 용기도 용기지만 절실하기 때문에 찾아온다. ‘저길 가면 나에게도 집이 생길 수 있다’는 믿음 아닌 믿음을 가지고 찾아온다.

상담하는 사람들은 내담자가 다른 공공임대주택 입주 조건에는 혹시 맞는 지 살펴본다. 하지만 그 임대주택도 신청자격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신청 자격이 되는 경우도 일 년이 한 번만 모집하거나 일 년에 한 번도 모집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걸 설명하면 더 실망한다. 문제가 또 있다. 공공주택 모집 시기와 현재 살고 있는 민간주택 계약 만료 날짜가 달라 당첨되더라도 입주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들어다보면 극단적인 선별 복지의 민낯을 볼 수 있다. 공공주택이 너무 적어서 생기는 고통이다. 일정한 자격 규정을 두는 건 필요할 수 있지만 한부모 가정이나 기초생활수급권자 또는 청년, 신혼부부, 평균소득의 50% 이하로 자격을 한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극소수만 대상이 되고 나머지는 배제 되는 문제가 생긴다.

국민임대주택이나 행복주택처럼 소득 범위를 넓히면 저소득 계층에겐 그림의 떡이고 이마저도 물량이 적기 때문에 서울이나 광역시 또는 교통편의 등이 좋은 입지에 있는 경우는 경쟁이 치열해서 들어가는 사람은 극소수일 뿐이다.

실상이 이와 같은 데도 ‘공공임대주택은 이제 공급될 만큼 공급되었으니 관리 또는 질이 문제’라고 하면서 문제를 호도하는 학자나 정부 관료,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말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몰라서 그렇게 말한다면 게으름만 극복하면 될 문제다. ‘이대로가 좋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라면 이해 불가다. 자신이 넓고 안정된 자가에서 편안히 살다보니 한국 주거 문제의 실상을 못 보는 경우이거나 곡학아세를 통해 일신상의 이득을 취하려는 못된 버릇이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맘 편히 안정되게 살 수 있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이 턱없이 적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비율은 아직도 5%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오면 뭔가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주거 문제에서만큼은 나아진 게 없다. 역주행하는 경우마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한 해 5-6만호 늘리는데 만족하는 것 같다. 극심한 주거난을 생각할 때 지금부터 5년 동안은 장기공공임대주택을 한해 30-40만호씩 증가시켜야 한다. 답은 있는데 의지가 부족하다. 국토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과 민주당 그리고 여러 야당의 환골탈태를 주문한다. 부디 집을 달라는 민중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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