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필자는 자전거를 늦게야 배웠다. 그런데 한 일 년 정도 타다가 좀 심하게 넘어졌다. 얼굴까지 조금 긁혔을 정도였지만 처음 당한 사고였기에 많이 놀랬다. 그래도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너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그 이후로는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그런데 친구는 정식으로 자전거를 배웠다. 그래서 요즈음은 여기저기 자전거 여행을 다닌다. 자전거길이 잘 되어 있어 너무 좋다면서 전국방방곡곡을 헤집고 다닌다. 우리나라의 제주도는 물론이고 이제는 해외까지 자전거 여행을 간다. 여행도, 자전거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에야 스탠딩이라는 기술을 알게 되었다. 산악자전거를 탈 때 꼭 익혀야하는 기술로 정확한 명칭은 스탠딩 스틸Standing Still 이지만 흔히 스탠딩으로 부른다. 안장에서 일어나 자전거를 움직이지 않고 균형을 잡는 기술이다.

자전거는 사실 두 개의 바퀴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때 균형을 잡기가 쉽다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이 스탠딩을 익히면 앞으로 가지 않고도 쉽게 균형을 잡을 수가 있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필자처럼 자전거의 생초보들에게는 이 스탠딩이 아주 고도의 기술처럼 보이겠지만 거의 라이딩 테크닉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처음에 자신이 달릴 수 있는 가장 느린 속도로 연습을 많이 한 후, 나중에 벽과 경사면을 이용해서도 엄청난 연습을 하고 난 후에야 가능하며 몸에 익으면 자전거 위에서 균형을 잡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필자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절차대로 자전거를 배웠다면 그렇게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혹시 나중에라도 기회가 있다면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야겠다. 특히 멈추는 기술부터 말이다.

그런데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나 인생을 살다보면 버티기 어려운 한계의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그 순간 스탠딩 기술로 삶을 잘 컨트롤할 수 있다면 인생은 훨씬 더 부드럽고 여유있어 질 것이다.

일주일을 열심히 살았다면 주말에는, 1달을 열심히 살았다면 월말, 월초에는, 1년을 열심히 살았다면 1년 중에 단 며칠이라도 시간을 내서 스탠딩하는 습관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비슷한 이야기 중에 인디언들은 한참 길을 걸은 후에는 반드시 한참을 멈춰섰다가 다시 간다고 한다.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기다려주는 것이라는데, 늘 바쁘기만한 우리에게는 조금 어이없어 보일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정신없이’바쁘게 살았다면 정신을 챙길 수 있는 ‘잠시 멈춤’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

잠시 멈춰서서 뒤도 돌아보고, 앞으로 갈 길도 멀리 내다보면서, 지친 몸도 구석구석 풀어주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을때 이 ‘잠시 멈춤’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이 ‘잠시 멈춤’으로 인해 인생이 훨씬 더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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