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신창원 기자] 60대 목사가 자신이 운영하던 미인가 시설에서 요양보호사와 3급 발달장애인을 성폭행했다는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됐다. 사진은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서 피해 요양보호사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3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60대 목사가 자신이 운영하던 미인가 시설에서 요양보호사와 3급 발달장애인을 성폭행했다는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됐다. 사진은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서 피해 요양보호사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3

“목사 만난 첫날 성폭행 당해”

“‘도망가면 죽인다’ 협박 받아”

“미투사건 보며 용기 나 신고”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술을 마시고 때리고 제 몸을 범한 그 사람은 목사도 아닙니다. 딸의 결혼식도 못 가게 했어요. 딸이 보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었는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그 사람이 잡히지 않는다면 분명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겁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미인가 재활원을 운영하던 목사가 60대 여성 요양보호사와 30대 여성 장애인을 상습 성폭행한 충격적인 사건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피해를 당했다는 유지숙(가명, 64, 여, 요양보호사)씨는 지난 23일 안산시 자택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 도중 눈시울을 붉히며 이같이 말했다.

유씨는 서울에서 안산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 배경과 S재활원을 운영하던 박모(68, 남) 목사로부터 성폭행과 폭행을 당하고 각종 협박을 받으며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8년간이나 함께 지낼 수밖에 없었던 기막힌 사연을 털어놨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유씨는 서울에 거주하며 남편과 아들·딸과 함께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살았다. 하지만 그는 요양학원을 운영하던 한 목사를 따라 안산시 S재활원을 운영하는 박 목사를 만난 첫날이 악몽 같은 세월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60대 목사가 자신이 운영하던 미인가 시설에서 요양보호사와 3급 발달장애인을 성폭행했다는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됐다. 사진은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미인가 시설 모습. ⓒ천지일보 2019.4.23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60대 목사가 자신이 운영하던 미인가 시설에서 요양보호사와 3급 발달장애인을 성폭행했다는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됐다. 사진은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미인가 시설 모습. ⓒ천지일보 2019.4.23

복지시설에서 노인들이 요양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말에 따라나선 유씨는 지난 2010년 10월경 한 목사와 신도 1명과 함께 박 목사가 운영하는 안산시 S재활원을 찾게 됐다. S재활원에는 노인 2명이 있었고 직원은 없었다. 유씨는 이들과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약초로 만들었다는 약술을 한 잔 마셨는데 곧 정신을 잃고 말았다.

“(약술은) 달콤한 맛이 났는데 기억이 나는 부분은 딱 거기까지였어요. 정신을 잃었다가 다음날 깨어났는데 일어나 보니 옷이 엉망으로 입혀져 있었고 어지럼증에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었어요. ‘당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수치심에 정말 죽고 싶은 심경이었습니다.”

유씨에 따르면 성폭행을 당한 다음날 오전 유씨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조금 상태가 나아지면 내가 집에 바래다주겠다”는 박 목사의 말에 함께 왔던 일행은 그를 S재활원에 두고 떠나버렸다. 정신이 혼미했던 유씨는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집에 바래다주겠다던 박 목사는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유씨를 또 다시 성폭행했다. 지옥 같은 충격적인 기억이었다.

이후 박 목사는 유씨를 차에 태우고 서울로 향했다. 약속대로 집으로 데려다줬으나 그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박 목사는 130만원의 월급을 줄테니 S재활원에 내려와서 일하라며 응하지 않을 경우 유씨의 남편에게는 물론 주민들에게까지 다 말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60대 목사가 자신이 운영하던 미인가 시설에서 요양보호사와 3급 발달장애인을 성폭행했다는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됐다. 사진은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해당 목사가 시무했던 교회 모습. 뒤편에는 미인가 시설이 보인다. ⓒ천지일보 2019.4.23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60대 목사가 자신이 운영하던 미인가 시설에서 요양보호사와 3급 발달장애인을 성폭행했다는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됐다. 사진은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해당 목사가 시무했던 교회 모습. 뒤편에는 미인가 시설이 보인다. ⓒ천지일보 2019.4.23

박 목사는 수차례 유씨에게 협박성 전화를 했고 심지어 유씨가 거주하는 건물로 찾아오는 경우도 6번이나 됐다. 견딜 수 없는 공포감이 몰려왔다. 박 목사의 해코지가 두려웠던 유씨는 경찰에 신고하거나 남편에게 말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랬다가는 가족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가족에게 사실을 숨기고 안산에 내려가면 가족을 지킬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린 그는 결국 “직장을 구했다”고 가족에게 설명하고 S재활원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S재활원에서는 더 끔찍한 일들이 그를 기다렸다. 유씨에 따르면 박 목사는 술을 자주 마셨고, 그때마다 폭행과 성폭행을 일삼았다. 민가와 떨어진 곳에 있었던 S재활원에서 박 목사는 “이곳에서 너를 죽여 파묻어도 아무도 볼 사람이 없다. 도망가려고 하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유씨는 “경찰에 신고할 기회와 도망갈 기회가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부분도 있다”고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탈출은 번번이 실패로 끝났고 결국 돌아온 것은 폭행뿐 (박 목사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유씨에 따르면 박 목사의 폭력성은 극심했다. 한번은 유씨가 분노하는 박 목사를 피해 차에 들어가 문을 잠그자, 박 목사는 삽을 들고 와 자신의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전면 유리와 옆면 유리를 모두 깨부수고 유씨를 차에서 끌어내렸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60대 목사가 자신이 운영하던 미인가 시설에서 요양보호사와 3급 발달장애인을 성폭행했다는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됐다. 사진은 23일 오후 요양보호사가 당시 폭행당한 흔적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3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60대 목사가 자신이 운영하던 미인가 시설에서 요양보호사와 3급 발달장애인을 성폭행했다는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됐다. 사진은 23일 오후 요양보호사가 당시 폭행당한 흔적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3

평소 이 같은 박 목사의 폭력에 노출됐던 유씨는 그의 협박과 강압 속에 결국 남편과도 이혼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안산 S재활원에 들어와 자유를 빼앗기고 가정도 잃게 된 그에게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딸과의 연락이 이어지고부터다.

유씨는 딸이 찾아와 아이를 맡기고 가면서부터 상황이 나아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유씨가 박 목사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그에게 용기와 힘을 보태줬던 한 목사를 알게 되면서 그에게 지속적인 상담을 받게 됐고 결국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는 마음을 먹게 됐다. 박 목사 또한 이 목사를 알고 있어 그에게 함부로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유씨의 설명이었다.

유씨가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였다. 유씨는 “TV를 통해 본 미투 사건들을 보면서 용기를 갖게 됐다”면서 “그 동안에는 내가 당했던 것을 숨길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마음을 바꿔 먹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꼭 진실이 밝혀져서 나 같은 피해자가 다신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월 해당 사건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은 경기 남부지방경찰청과 경기 안산 단원경찰서에 유씨의 사건을 배당했다. 경기 남부지방경찰청은 박 목사를 성폭행과 상해, 사기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박 목사와의 전화통화를 시도해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그는 “쓸데없는 소리”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다시 연결된 통화에서도 “그 이야기라면 됐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문자 메시지로도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으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60대 목사가 자신이 운영하던 미인가 시설에서 요양보호사와 3급 발달장애인을 성폭행했다는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됐다. 사진은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미인가 시설 내부 모습. ⓒ천지일보 2019.4.23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60대 목사가 자신이 운영하던 미인가 시설에서 요양보호사와 3급 발달장애인을 성폭행했다는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됐다. 사진은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미인가 시설 내부 모습. ⓒ천지일보 2019.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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