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그 혜택을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가을이요, 그 중에서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싹트는 이 때일 것이다.’

이양하 선생의 수필 ‘신록예찬’에서처럼, 지금이 바로 만산에 녹엽이 싹트는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꽃들로 세상이 알록달록 아름답게 물들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제는 온통 연초록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벚꽃이 완벽하게 엔딩하고, 잎들이 앞 다퉈 피고 있다. 꽃 지는 것이 허망하다 느낄 새도 없이, 하루가 다르게 치고 나오는 여린 잎들이 신비롭고 경이로울 따름이다.

열흘 가는 꽃이 없다 하였고, 꽃이 그러하듯, 권력 또한 때가 되면 활짝 피었다가 또 때가 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하여 십년 가는 권력 없다고 했지만, 어느 정치인이 20년 간 끄떡없이 정권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하는 바람에 한편에선 박수를 치며 좋아라 했지만 또 다른 편에선 야우를 퍼부었다. 같은 말이어도 초록동색(草綠同色), 같은 편끼리는 서로 등 두드려가며 칭찬하겠지만 반대편 입장에서는 염장 지르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시킬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손뼉 치며 춤추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눈물의 골짜기를 걸으며 볕 들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편이 됐든, 다 때가 되면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오고야 만다. 그러니, 눈물의 골짜기를 걷더라도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며, 손뼉 치고 춤추는 자들도 언젠가 눈물 흘릴 날 있을 것이란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때가 되면 꽃이 피고 그 꽃이 지고 다시 잎이 나듯, 자연은 순리대로 움직인다. 인간 세상도 그럴 것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했다. 좋은 씨를 뿌리면 복 받을 것이고, 나쁜 씨를 뿌리면 벌을 받을 것인데, 다만 좋은 자리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이 좋은 씨이고 나쁜 씨인지 그것을 알고나 있는지, 알면서 모른 척하는 건지, 국민들은 그게 걱정이다.

이양하 선생은 또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 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 하지 아니한가?’라고 하였다. 세상일도 이 계절처럼, 아름답게 잘 풀려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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