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핵심 피의자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지난 19일 밤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나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핵심 피의자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지난 19일 밤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나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영장 기각 뒤 수사단 첫 소환

윤씨, 김학의 의혹 진술 거부

“신변 문제없으면 수사 협조”

성폭행 주장 여성 금주 소환

경찰 “검찰만 가면 진술 흔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단이 관련 의혹의 핵심 인물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이 진술을 거부해 조사는 2시간 만에 종료됐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홥섭 청주지검장)은 23일 오전 10시 윤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해 사기 등 개인 비리 혐의를 추궁했다. 수사단은 윤씨 개인 비리를 넘어 금품·향응 제공과 성범죄 여부 등 이번 수사의 본류에 해당하는 김 전 차관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그에게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윤씨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버티자 낮 12시 10분쯤 귀가시켰다. 소환된 지 2시간 만이다.

검찰과거사위는 윤씨가 2005년~2012년 김 전 차관에게 수천만원대 뇌물을 전달한 정황이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권고했다. 그 권고에 따라 꾸려진 수사단은 최근 윤씨와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모씨로부터 피해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 자료를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당시 울산지검장이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터뷰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지난 2009년 당시 울산지검장이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터뷰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건설업자 윤씨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재수사를 촉발한 성접대 제공 의혹의 당사자다. 그는 2006~2008년 자신이 소유한 강원도 원주 별장 등지에서 김 전 차관을 비롯한 유력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단은 윤씨가 2008년부터 강원도 홍천에 골프장 개발을 추진하면서 인허가를 받아준다는 명목으로 부동산개발업체 D레저로부터 15억원을 챙기는 등 개인 비리 저지의 정황을 잡고 지난 17일 체포했다.

다음 날 수사단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 수재 등 혐의로 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수사를 개시한 시기와 경위, 영장청구서에 기재된 범죄 혐의 내용과 성격,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에 비춰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윤씨는 그간 소환 조사 없이 지내다 전격적으로 체포된 이후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차관 관련 의혹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지난 1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이 별건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김 전 차관 수사와 관련해선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수사단은 보강수사를 벌여 윤씨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씨의 변호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윤씨 신병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으면 김 전 차관 수사에 협조한다는 뜻을 수사단에 전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7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재수사 중인 검찰 수사단이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체포했다. 수사단에 따르면 윤씨의 주변 인물들을 조사한 끝에 사기 등 개인비리 혐의를 잡았다. 수사단은 이와 관련된 자금 흐름도 들여다봤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천지일보 2019.4.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7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재수사 중인 검찰 수사단이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체포했다. 수사단에 따르면 윤씨의 주변 인물들을 조사한 끝에 사기 등 개인비리 혐의를 잡았다. 수사단은 이와 관련된 자금 흐름도 들여다봤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천지일보 2019.4.17

한편 수사단은 이번 주 중으로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온 이모씨를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이씨는 최근 피해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를 수사단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김 전 차관으로 보이는 남성이 등장하는 이른바 ‘별장 동영상’에 나오는 여성이 자신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2006~2008년 김 전 차관과 윤씨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고, 2008년 1~2월쯤 원주 별장과 서울 역삼동 자택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관계 영상이 촬영됐다며 2014년 검찰에 두 사람을 특수강간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동영상 속 여성이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은 점과 촬영 시기에 대한 진술이 번복돼 피해자 진술을 신뢰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당시 관련 수사를 맡았던 경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 단계에선 피해 여성들과 참고인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었던 반면,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후엔 흔들리고 이상해졌다면서 “가해자의 변호인이라면 진술을 흔드는 게 우선인데, 우연인지 의도적인지 당시 검찰 수사 방향은 그런 쪽으로 흘렀다”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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