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동 강제철거 중 故 박준경씨 사망
“서울시장, 더 이상 약속 미루지 말라”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시민단체가 재개발지역 강제철거를 즉시 중단하고 재건축 세입자에 대한 대책수립에 나설 것을 서울시에 촉구했다.
빈민해방실천연대 등 20개 시민단체가 22일 오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동편에서 ‘재건축 세입자들, 강제철거 중단과 서울시의 재건축 세입자 대책 촉구’ 집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약 4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고(故) 박준경 열사의 사망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식으로 사과하고 재건축 세입자 대책에 대한 시 차원의 제도개선 방안을 이른 시일 내에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아현동 박 열사 죽음 앞에서 사죄하고 약속한 재건축 세입자 대책에 대한 서울시 차원에서의 개선책을 즉각 제시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앞서 용산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월 4일 마포 아현 2 재건축구역 세입자 철거민 고(故) 박준경씨가 무분별한 강제철거로 갈 곳을 잃고 유서만 남긴 채 한강에 투신에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고 박준경씨의 사망사건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더 이상 강제철거는 없다”고 공식 사과를 했다. 박 시장은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재건축 세입자 대책에 대한 시 차원의 제도개선 방안을 조속히 수립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남경남 빈민해방실천연대 의장은 “생계터전을 잃어버려 길거리로 나앉은 세입자들이 피눈물 흘리며 빼앗긴 밥그릇을 찾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앞장서서 재개발지역의 주민들의 이주대책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이 약속을 만약 이행하지 않을 시 우리는 서울시를 상대로 강력한 투쟁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 박준경씨의 어머니도 참석해 강제철거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박천희씨는 “개발되기 전 준경이와 제가 먼저 10년 동안 살았는데 우리가 왜 이렇게 쫓겨나야 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며 “서울시와 국회와 정부는 더 약속을 미루지 말고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이 철거민으로 내몰리는 이런 비참한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지난 12일 강남 최대의 재건축 단지인 개포동에서 강제철거집행으로 다수의 부상자와 연행자가 발생했다. 이 외에도 서울시 곳곳에 재건축 지역에 대한 강제집행 및 철거가 예정돼 있다.
김진욱 노원 인덕마을 이주대책위 위원장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고라니·삵·도롱뇽 같은 동식물들의 서식지도 먼저 마련된다”며 “하물며 사람이 사는 곳인데 대책도 없이 사람을 때려 내쫓는 등 동물보다 못한 법을 만든 정치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 아현2 재건축구역 철거민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국회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등 재건축 세입자를 위한 법안 발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