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최근 국민은 안전과 안보에 퍽 불안감을 갖는다. 국가 재난은 항시 일상생활에 노출되고 있다. 재난이 당장 일어난다면, 그 재난에 대한 사전준비를 하고 있는지… 국민은 응급처치, 인명구조, 소방 등 기본 교육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국가 재난방송 주관사 KBS만도 그 역할을 할 수 없으니, 불안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첨병 없는 군작전(戰)은 위험천만이다. 청와대는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국회동의도 없이 채결했다. 북한이 내려오는 것을 막을 길은 거의 열린 상태이다. 대통령이 실제 군 작전에 대해 잘 알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북한 침투 장애물 제거하는데, 군이 직접 조언하고, 고언을 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북은 시도 때도 없이 대량살상 핵무기, 화학무기로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미국과 유엔은 강도 높은 제재를 감행하고 있다.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 어느 때보다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이다. 이를 때 일수록 재난을 철저히 점검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언론의 ‘환경의 감시(surveillance)’ 기능은 원론 중 가장 으뜸이다. 누구나 이야기하지만,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지키지 않는다. ‘절박한 위협(imminent threats of dangers)’, 즉 허리케인, 지진, 군사 공격 같은 것을 대비해 언론은 재난보도를 준비한다. 평상시 잘 훈련된 기자는 재난보도를 척척할 수 있다. 재난보도를 잘 하면 위기 상황을 신속하게 대처하고,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미국의 재난 대부 크레이그 퓨게이트 전 美연방재난관리청장은 조선일보 화상 인터뷰에서 “늦장 재난방송, 시스템에 문제 있다”라고 했다. 기자는 현장과 같이 생활화할 때, 재난보도를 정확하게 한다. 지금 사회의 취재시스템은 출입처 중심으로 움직인다. 현장이 텅 비어 있다. 유튜브, 종편, 신문 등이 즐비 하지만, 실제 전국 네트워크를 제대로 작동하는 곳은 KBS, MBC, 연합뉴스, 조선·동아·중앙 등이다. 

KBS가 국가 재난방송 주관사로 지정이 됐지만, 실제 정권의 나팔수 하느라 바쁘다. 고성·속초 산불을 보자. 저녁 9시 44분 3단계 대응수준을 높였으나, KBS는 1시간 10분 후 첫 특보를 했다. 그 시간 코미디언 김제동을 불러놓고, 자유한국당 보궐선거 폄하, 재벌가 2, 3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불은 현장에서 오후 7시 17분부터 벌써 활활 타고 있었다. 

현장감이 전혀 없는 보도국 풍경이었다. 늦게 나타난 기자가 강릉 주변에 중계차를 두고 고성이라고 속여 방송을 했다. 문대통령은 5시간 후인 오전 0시 20분에야 국민 앞에 나타났다. 그 말썽 많은 ‘5시간’ 동안 관저에 있었다고 한다. 만약 대통령이 설쳤으면, 당연히 KBS 기자는 재난 방송사로 자처하고 나섰을 것이다. 

KBS 보도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304명이 사망했다. 그 때 언론은 ‘기레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후 국민들은 언론을 믿지 않고, 오히려 유튜브를 선호하게 된다. ‘전원구조’ ‘다이빙벨’ ‘대통령 7시간’ ‘美군함과 충돌’ 등 언론은 갖가지 오보를 냈다. 아직도 그 내막은 명쾌하게 설명이 되지 않고 있다.

KBS목포방송국, 목포MBC방송은 팽목항 근처를 지나다니는 고물배의 실체를 모르고 있었다. 현장 기자가 없어 환경감시 기본도 하지 않았다. KBS는 다른 언론과 함께 속보전(戰)에 뛰어들었다. 그 후 KBS는 김시곤 보도국장, 길영환 사장 등을 가라치웠다.

KBS 안에 지휘계통이 무너진 것만이 아니었다. 지금 주요 요직은 노조출신이 장악했다. ‘국민의 방송’은 헛구호가 되었다. 더욱이 세월호 사건이 이후 시체팔이로 사회는 선전, 선동이 판을 쳤고, 대통령까지 몰아내었다. 

한편 미국은 2001년 9.11테러로 금융인 핵심 5000명 잃고, 그 1개월 후 탄저균 공포를 겪었다. 그러나 미국은 그 재난을 겪은 후 시민을 통합시키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 사회는 자학하고, 서로를 비판하는 갈등만 증폭시켰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과연 ‘국가 재난방송 주관사가 있기나 한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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