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임진왜란 당시 조총 부대를 이끌고 조선에 쳐들어왔다가 곧바로 귀순해 왜군과 맞서 싸운 장수의 기념비가 일본 땅에 세워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9일 일본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중의원 의원에 따르면 와카야마(和歌山)현 주민들은 최근 이 지역의 유명한 관광지인 기슈도쇼구(紀州東照宮) 경내에 일본 출신 김충선(일본명 사야카<沙也可>) 장군의 기념비를 건립했다.

와카야마현은 니카이 의원의 지역구이고, 기슈도쇼구는 임란 이후 단절된 조선과 일본의 국교를 회복하는데 힘쓴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기리는 신사(神社)이다.

지난달 13일 현지에서 열린 제막식에는 김 장군의 14대 자손인 김재석씨 등 약 30명과 일본 측 니카이 의원, 김 장군의 일화를 연구해온 작가 고사카 지로(神坂次郞)씨, 지역 주민을 포함해 양국 70여명이 참석했다. 제막식은 '와카야마의 관광을 생각하는 100인 위원회'라는 지역 단체가 주최했다.

1.5m 높이의 기념비는 아시아나항공이 기증한 한국산 음성석(陰城石)으로 만들었고, 옆면과 뒷면에 한국어와 일본어로 김 장군을 소개하는 고사카씨의 문장과 한일 우호를 바라는 글을 새겨놓았다.

김충선 장군은 1592년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선봉장 자격으로 조총 부대를 이끌고 조선에 쳐들어왔다가 전쟁에 명분이 없다고 회의한 끝에 부하들과 함께 투항했고, 이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괄의 난에서 전공을 올려 정2품 정헌대부에 제수됐다. 당시 임금(선조)이 본관을 정해준 '사성(賜姓) 김해 김씨'의 시조로 후손은 전국 7천여명에 이른다. 일본 내 출신지를 두고는 와카야마를 비롯해 여러 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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