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9일 오후 진주경찰서 앞에서 진주 방화·살인사건 피의자 안인득(42)이 신상공개 결정 후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안씨는 지난 17일 경남 진주 소재 아파트 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사상자가 20명 발생했다.경찰은 지난 18일 오후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구속된 피의자 안인득(42)의 실명, 나이,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이번 참사에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봤기 때문.한편 지난 18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방화·살인 등 혐의를 받는 안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천지일보 2019.4.19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9일 오후 진주경찰서 앞에서 진주 방화·살인사건 피의자 안인득(42)이 신상공개 결정 후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9

“경찰 처벌하라” 국민청원

이 총리도 경찰 대응 언급

경찰처벌반대 청원도 나와

전문가들 “보건 관리 문제”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대응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하면 경찰의 책임을 묻기보다 미흡한 제도를 보완하고 우범 정신질환자에 대한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적절한 보호조치 없었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진주 계획형 방화·살인사건에 초기 부실한 대처로 예견된 사건을 막지 못한 경찰들 및 관련자들의 엄중한 수사를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돼 있다.

이 글의 작성자는 이번 사건의 피의자 안인득(42)과 관련해 “안씨는 평소 이웃에게 난폭한 행동을 일삼아 올해에만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됐다”면서 “7건의 신고 중 4건은 안씨 집 위층 주민 강모(54)씨와 최모(18)씨가 했으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적절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경찰이) 안씨와 ‘도저히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별한 조치 없이 돌아간 일이 있었다”며 “불과 사건 일주일 전인 4월 11일에 경찰이 수사했으나, 이번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 경찰은 안씨의 정신병력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참사 이전에 있었던 신고에서 관련 경찰들이 ‘정확한 메뉴얼대로 대처하고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 엄중히 수사해야 한다”며 “가해자와 ‘대화가 통화지 않는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관련 부처는 해당 경찰들에게 그에 상응한 처벌을 지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18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도 경찰 대응에 대해 언급했다. 이 총리는 이날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경찰은 참사를 미리 막을 수는 없었는가 등을 돌이켜 봐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며 “되짚어보고 그 결과에 합당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문책 중단 국민청원도

이처럼 경찰의 대응이 문제였다는 관점과는 달리, 법과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진주 사건과 관련하여 출동 경찰관에 대한 문책을 중단할 것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경남 진주에서 벌어진 방화 살인 사건을 보고 큰 충격과 비통함을 느꼈다”며 “그런데 그 분노의 화살이 경찰에게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청원을 쓴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의 신고로 수차례 출동했으나 결국 살인을 막지 못했다는 인과관계로 이 사건을 정의하고 이전에 출동해 사건을 처리했던 경찰을 대역죄인을 만드는 것은 ‘사건이 본질을 잃고 희생양을 찾아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주 방화 살인 사건은 출동한 경찰관 개인의 실수나 태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법·제도의 부재와 땅에 떨어진 경찰관의 권위의 문제”라며 “(조현병 환자에 대해) 체포하거나 강하게 제재하다가 운이 나쁘면 법적인 분쟁에 휘말리게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국가가 경찰을 대신해 법적으로 대응해주지도, 보호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현 법체계로는 한계”

경찰 대응과 관련해 법·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경찰 관련 전문가들에게서도 나왔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경찰 책임론’으로 접근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며 “(경찰은) 명확한 범죄 징후에 대해서 대응을 하는 것이지 추상적인 위험만을 가지고 사전에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은 현재 법체계로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의 핵심은 치료를 거부하는 조현병 환자에 대해 추적 조사하는 시스템이 너무 미흡했던 것”이라며 “외국에선 조현병 환자가 위험 징후를 보일 경우 지자체 위원회를 통해서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매우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모든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거부하거나 빈번하게 경찰 출동이 이뤄지는 조현병 환자의 경우 별도의 치료체계를 보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현병은 질병의 특성상 치료를 중단할 수 없다. 그만큼 완치가 어렵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이라며 “6개월 또는 1년 이상 병원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조현병 환자가 있다면 보건계열에서 이들에 대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자동알림 등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해서 모두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기에 조현병 환자들에게 뭔가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이들에겐)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고, 범죄 전력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는 우범자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경찰만이 아니라 법무부의 역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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