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님들! 360억원 향해 핸드폰 꺼내 ‘보시금’ 납부합시다”
[기자수첩] “스님들! 360억원 향해 핸드폰 꺼내 ‘보시금’ 납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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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백만원력결집모연 선포식’이 열린 가운데 불자들이 ARS(자동응답시스템)를 활용해 보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백만원력결집모연 선포식’이 열린 가운데 불자들이 ARS(자동응답시스템)를 활용해 보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백만원력결집모연 선포식 열어
“하루 최소 100원씩 보시하자”
일감스님, ARS 후원 동참 요구
모금활동에 스님·불자 어리둥절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스님! 전화 안 걸고 뭐 하시는 거에요. 어서 060 누르세요! 하루 100원, 한 달이면 3000원이 모입니다. 스님, 불자 여러분 360억원을 향해 ‘보시금’ 납부합시다.”

대한불교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백만원력결집위원회(위원장 금곡스님)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백만원력결집모연 선포식’을 열고 본격적인 모연 활동에 돌입했다. 모연은 불교에서 승려가 시주에게 돈이나 물건을 기부하는 행동을 말한다.

선포식에서 종단은 한국불교와 종단의 중흥을 위한다며 100만명의 불자에게 각각 하루 100원, 한 달에 3000원씩 보시할 것을 권유했다.

모금된 보시금은 경주 남산 열암곡에 엎드려져 있는 ‘마애불상’을 세우는 일과, 10.27법난 기념관 건립 등에 사용된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또 스님과 불자들을 위한 불교전문병원과 요양원을 건립하고, 육해공군 본부법당 호국사 신축불사와 신도시에 거점 포교당을 건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원행스님은 ‘부처님 세상’을 이룰 수 있는 첫 번째 실천방법이 바로 ‘보시’라고 했다. 원행스님은 “부처님께서도 보시의 공덕을 첫 번째 바라밀로 설법하셨다”며 불자들에게 하루에 최소한 100원을 보시하자고 동참을 촉구했다.

이에 어린 학생들도 불사에 동참하겠다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모은 동전을 저금통에 넣어 원행스님에게 전달했다.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과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은 각각 10만명 동참을 약정했다. 조계종 군종교구장 혜자스님, 학교법인 동국학원 교직원과 학생들은 7000명, 포교사단 5000명, 중앙승가대와 생명나눔실천본부가 각각 1000명으로 동참 발원을 이어가는 등 총 25만 4000여명이 동참을 서원했다.

스님들의 동참 발원이 끝나자 사회를 맡은 일감스님은 선포식에 참석한 스님과 불자들에게 1통에 3000원이라며 스크린에 연락처를 띄우고 ARS 후원에 동참하기를 요구했다.

행사 도중 갑작스러운 모금 활동에 어리둥절해 하는 스님과 불자들에게 일감스님은 “○○스님 핸드폰 안 들고 뭐 하시는 거에요. 얼른 핸드폰 드세요”라고 능청을 떨며 직접 안내에 나서기까지 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뒤쪽에 앉아있던 불자들은 “지금 보시하라고?”하면서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옆 사람이 후원을 하니 분위기에 이끌려 늦게나마 핸드폰을 꺼내드는 불자들도 보였다.

한차례 ARS 후원이 마치자 스님은 갑자기 ‘한번 더’를 외치며 후원을 요구해 이날 현장에 있던 사부대중은 생각지도 못한 6000원의 보시를 내게 됐다. 주최 측 추산으로 1000여명이 넘는 사부대중이 함께했으니 이날만 해도 벌써 600만원 정도가 모금된 것으로 추정된다.

보시금 권유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일감스님은 “보시는 특히 어려운 사람들이 내서 공덕을 얻는 것”이라며 어려운 사람들이 보시하게끔 적극 유포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미리 배포한 발우모양의 저금통을 통해서도 후원할 수 있다며 동참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백만원력결집위원회는 4월 중으로 전국 사찰과 불교단체 등에 저금통 5만개를 배포할 계획이라고 스님은 설명했다.

이처럼 ARS 후원, 저금통, 후원계좌 등 여러 방법을 총동원해 목표대로 100만명의 불자가 하루 100원씩만 모금을 한다고 해도 매년 360억원의 기금이 조성된다.

종단 발전을 위해 보시금을 걷는 것을 문제 삼을 순 없지만, 이날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조성된 보시 권유는 스님을 물론 불자들조차 당혹게 했다. 보시를 비롯한 헌금 등은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백만원력결집모연 선포식’이 열린 가운데 불자들이 ARS(자동응답시스템)를 활용해 보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백만원력결집모연 선포식’이 열린 가운데 불자들이 ARS(자동응답시스템)를 활용해 보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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