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천지TV=김미라·이지예 기자] 불광불급(不狂不及) ,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칼 한자루에 온 마음을 다함으로 비로소 도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한 사람.
우리는 그를 장도장(粧刀匠)이라 부른다.

(인터뷰: 박종군 | 국가무형문화유산 제60호 장도장 인간문화재)
“우리 한국 장도란 우리 한국인들에게 바르게 사는 정신입니다.”

눈앞에 펼쳐진 건 칼이 아니라 차라리 보석에 가깝다.
한 뼘 남짓 아담한 칼집은 영롱한 빛을 발하는 보석함도 같고

여인의 버선코를 닮은 장도의 날카로운 칼끝엔
오직 한 길을 걸어온 장인의 단단한 고집이 묻어난다.

충절과 정절의 매섭디 매서운 촌철이 예리한 칼날이 되어
오늘날 잊혀진 얼을 일깨우며 시대적 가치로 승화한 장도.

올곧은 한 자루의 신념, 장도를 만나본다.

(인터뷰: 박종군 | 국가무형문화유산 제60호 장도장 인간문화재)
“저는 박물관에 오는 아이들한테는 항상 그 말을 합니다. 한우물을 파라. 한길을 파라고 해요. 물이 안 나온다고 해서 좀 파다가 또 다른 데서 파면 물이 나오냐 평생 죽을 때까지 우물을 못 파고 간다는 거죠. 힘들어도 절대 쓰러지지 말고 또다시 일어나서 물이 나올 때까지 파라. 분명히 나온다 그게 장인 정신이라는 거죠. 저희 아버지는 14살에 장도를 배워가지고 75년간 만들었다는 거죠. 한 길을 계속 걷다 보니까 결국은 빛을 본 거죠. 물론 부에 대한 빛은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이름 석 자는 남겼다는 거죠. 제 아들 둘이 서로 하려고 하니까 안도하는 부분이 있고요. 내 아들들도 나한테 보고 배웠으니까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까? 팥 심은 데 팥 나고 콩 심은 데 콩 나지요. 이치죠. 그게 믿음이죠. (아들들에게) 난 분명히 그 정신을 심어줬으니까 그 정신을 이어주길 바랄 뿐이죠.”

칼을 겨누기보단 상대방을 포용하는 통합의 원을 그렸던 우리네 선조들.

예로부터 정절을 지키고 기개를 드높인 우리네 선조들의
높은 정신문화가 한국의 장도에 스며있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그 아들의 아들까지.

가업을 잇기 위한 소명의식과 전통을 되살려야 한단 사명감.

그리고 장도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있어 가능한 장도장의 길.

그가 만든 칼은 사람을 해치는 무사의 칼이 아닌 자신을 지키고
삿된 마음을 도려내는 칼이어야 했다.

바른 정신과 가치를 담는 일이 삶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영상취재: 김미라·장수경·이태교 기자, 편집: 김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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