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한국의 수작 ‘토지(土地)’의 박경리 선생을 찾아 떠나는 문학기행
[쉼표] 한국의 수작 ‘토지(土地)’의 박경리 선생을 찾아 떠나는 문학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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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강원도 원주시 토지길 박경리문학공원의 옛집 마당에 박경리 선생이 텃밭에서 일하고 난 후 즐겨 앉던 바위와 그 모습을 형상화한 선생의 동상. 그 옆에는 직접 길렀던 고양이 ‘시내’ 동상도 있다. ⓒ천지일보 2019.4.19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강원도 원주시 토지길 박경리문학공원의 옛집 마당에 박경리 선생이 텃밭에서 일하고 난 후 즐겨 앉던 바위와 그 모습을 형상화한 선생의 동상. 그 옆에는 직접 길렀던 고양이 ‘시내’ 동상도 있다. ⓒ천지일보 2019.4.19

옛집 보존된 ‘박경리문학공원’

서재·집필실도 살펴볼 수 있어

소설 속 배경지, 아담하게 조성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자신에 대한 연민은 생명에 대한 연민으로 확대 되어야 한다. 산천초목, 워디 사람뿐이란가 목심 붙어 있는거는 다 애잔헌 것인디 욕심부린들 어쩔 것이여?(소설 ‘토지(土地)’ 432쪽).”

원고지만 3만매가 넘고 등장인물은 700여명에 달하는 역작인 동시에 역사와 운명의 대서사시로서 한국인의 운명적 삶과 고난, 의지가 담긴 한국의 수작(秀作)이라는 평가를 받는 소설 ‘토지’의 한 글귀다. 꽃향기가 그윽하게 퍼지며 나비와 벌을 부르는 계절인 봄을 맞아 자연을 사랑하며 연민을 강조했던 토지의 저자 박경리 선생을 찾아 ‘박경리문학공원’으로 문학기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강원도 원주시 토지길에 위치한 박경리문학공원엔 선생이 토지의 4부와 5부를 완성하며 머물던 ‘옛집’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옛집은 1989년 단관택지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전국 각지의 문화계 인사들의 건의로 지금까지 지켜지게 됐다.

원주시는 옛집을 비롯한 주변을 토지의 배경지들로 아담하게 꾸며 ‘박경리문학공원’으로 조성해 관리하고 있다. 박경리문학공원의 총책을 맡고 있는 정혜원 소장은 본지 취재팀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이곳을 방문하는 누구나 전담 해설사를 통해 박경리 선생의 삶과 소설 ‘토지’ 등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일러줬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강원도 원주시 토지길 박경리문학공원 내 박경리 선생이 머물며 토지의 4부와 5부를 집필했던 ‘옛집’ 앞에 박경리 선생에게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달해줬다던 산수유 꽃이 피어있다. ⓒ천지일보 2019.4.19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강원도 원주시 토지길 박경리문학공원 내 박경리 선생이 머물며 토지의 4부와 5부를 집필했던 ‘옛집’ 앞에 박경리 선생에게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달해줬다던 산수유 꽃이 피어있다. ⓒ천지일보 2019.4.19

◆곳곳에 담긴 의미 찾는 즐거움

박경리문학공원은 자유롭게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해설사와 동행하면 공원 곳곳에 담긴 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임의숙 책임해설사는 먼저 박경리 선생의 삶과 토지에 대한 설명을 위해 ‘박경리문학의집’의 5층 세미나실로 안내했다.

박경리 선생은 일제 강점기인 1926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고 자라 진주여고를 졸업했다. 광복 직후 결혼해 살면서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생활을 하지만 6.25전쟁과 더불어 부당한 이유로 남편을 잃고 어린 아들마저 잃어 절망적인 상황을 맞게 됐다.

그러나 선생은 글로써 아픔을 이겨냈고, 1955년 김동리 선생의 추천으로 작품 ‘계산’을 발표하면서 문인으로 등단했다. 이후 1957년 단편 ‘전도(剪刀)’ ‘불신시대(不信時代)’ ‘벽지(僻地)’ 등을 발표했고, 1962년엔 장편 ‘김약국의 딸들’을 비롯해 ‘시장과 전장’ ‘파시(波市)’ 등 사회비판적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강원도 원주시 토지길 박경리문학공원 내 박경리 선생이 머물며 토지의 4부와 5부를 집필했던 ‘옛집’으로 가는 돌길. 이 길은 선생이 손수레를 끌고 직접 돌을 주워와 5년 동안 만들었다. ⓒ천지일보 2019.4.19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강원도 원주시 토지길 박경리문학공원 내 박경리 선생이 머물며 토지의 4부와 5부를 집필했던 ‘옛집’으로 가는 돌길. 이 길은 선생이 손수레를 끌고 직접 돌을 주워와 5년 동안 만들었다. ⓒ천지일보 2019.4.19

특히 선생이 43세였던 1969년부터 집필을 시작해 69세인 1994년까지 5부로 완성한 대하소설 ‘토지’는 한국 근·현대사의 전 과정에 걸쳐 여러 계층의 인간의 상이한 운명과 역사의 상관성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으로 영어·일본어·프랑스어·러시아어로 번역돼 호평을 받았다.

선생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4층으로 내려오면 선생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선생이 집필한 소설뿐 아니라 시를 묶은 시집과 동화도 책으로 만날 수 있다. 3층 전시실은 소설 토지의 역사·공간적 이미지를 형상화한 전시물들이 가득하다. 특히 이곳에서는 소설의 배경지인 경남 하동 악양면 평사리의 모습을 담은 파노라마 형식의 사진도 감상할 수 있다.

2층에는 박경리 선생이 손수 지어 즐겨 입던 옷을 비롯해 소설 토지의 육필원고와 만년필, 곁에 두고 글을 쓰는 데 참고했던 선생의 보물 ‘국어사전’, 선생의 또 다른 보물 ‘재봉틀’, 농사지을 때 사용했던 흙이 묻은 호미와 장갑 등 선생의 유품이 전시돼 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임의숙 박경리문학공원 책임해설사가 강원도 원주시 토지길 ‘박경리문학의집’ 4층 전시실에서 박경리 선생의 작품세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9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임의숙 박경리문학공원 책임해설사가 강원도 원주시 토지길 ‘박경리문학의집’ 4층 전시실에서 박경리 선생의 작품세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9

◆바위에 앉은 선생과의 기념촬영

박경리문학의집을 나와 선생이 거했던 옛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옛집으로 가는 대문을 통과하자마자 이어지는 것은 선생이 손수레를 끌고 직접 돌을 주워와 5년 동안 지은 ‘돌길’이다. 선생의 땀과 정성으로 놓인 돌길을 걸으면서 토지의 주인공들처럼 인내와 용기, 집념의 역정을 살았던 선생의 삶을 느낄 수 있다.

돌길을 따라 걷다보면 옛집이 나온다. 옛집 앞에는 선생에게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달해줬다던 산수유 꽃이 피어있었다. 옛집 입구에는 손주들을 위해 선생이 직접 만든 연못이 있고 마당 한편에는 선생이 가꾸던 텃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옛집 마당에는 선생이 텃밭에서 일하고 난 후 즐겨 앉던 바위와 그 모습을 형상화한 선생의 동상이 있다. 그 옆에는 직접 길렀던 고양이 ‘시내’ 동상도 있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이 선생과의 기념촬영을 위해 동상 무릎 위에 많이들 앉아서인지 무릎 부분이 반질반질해져 있었다. 옛집으로 들어가니 종이판본을 보관한 장소와 서재, 주방, 집필실이자 침실 역할을 했던 방도 볼 수 있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강원도 원주시 토지길 박경리문학공원의 박경리 선생이 머물며 토지의 4부와 5부를 집필했던 ‘옛집’의 집필실. 선생이 사용하던 안경과 책들이 놓여있다. ⓒ천지일보 2019.4.19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강원도 원주시 토지길 박경리문학공원의 박경리 선생이 머물며 토지의 4부와 5부를 집필했던 ‘옛집’의 집필실. 선생이 사용하던 안경과 책들이 놓여있다. ⓒ천지일보 2019.4.19

◆소설 배경지 주제삼은 3가지 테마

박경리문학공원은 소설 배경지를 주제삼은 3가지 테마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테마는 옛집 대문을 나와 왼쪽으로 보이는 아담하게 조성된 평사리마당이다. 토지 속 주인공들의 고향인 평사리의 들녘을 연상케 하는 작은 섬진강부터 둑길까지 만들어져 있다.

평사리마당 옆으로 난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두 번째 테마인 홍이동산이 나온다. 토지 속 대표적인 아이 주인공인 홍이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 동산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산 꼭대기에는 바람을 쐴 수 있는 돌 쉼터가 있어 산책을 하는 주민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홍이동산에서 나무전신주가 서 있는 비탈길을 내려가면 토지의 주인공 최서희 일행이 평사리를 떠나 신작로와 철길을 거쳐 간도 용정으로 떠나가던 여정을 그려낸 ‘세 번째 테마’ 용두레벌이 나온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강원도 원주시 토지길 박경리문학공원의 나무전신주가 서 있는 비탈길. 이 길을 지나면 토지의 주인공 최서희 일행이 평사리를 떠나 철길을 거쳐 간도 용정으로 떠나가던 여정을 그려낸 박경리문학공원의 ‘세 번째 테마’ 용두레벌이 나온다. ⓒ천지일보 2019.4.19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강원도 원주시 토지길 박경리문학공원의 나무전신주가 서 있는 비탈길. 이 길을 지나면 토지의 주인공 최서희 일행이 평사리를 떠나 철길을 거쳐 간도 용정으로 떠나가던 여정을 그려낸 박경리문학공원의 ‘세 번째 테마’ 용두레벌이 나온다. ⓒ천지일보 2019.4.19

이곳에선 토지 2부의 주요배경지인 간도 용정의 이름을 낳은 용두레우물을 비롯해 일송정, 돌무덤, 흙무덤을 볼 수 있다. 이국땅을 떠도는 삶의 황량함과 황무지를 개척해 살아간 끈질긴 생명의 숭고함을 지닌 평사리 사람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용두레벌을 지나면 평사리 사람들이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듯이 평사리 마당으로 가는 길목이자 기나긴 여정의 시작점이 된 옛집의 대문 앞에 이른다.

이외에도 박경리문학공원에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인 북카페가 있다. 북카페 1층은 자유롭게 책을 대여할 수 있는 곳으로 꾸며졌고, 2층엔 토지의 주요시대적 배경이 됐던 일제 강점기 당시의 교과서와 희귀자료들이 상설 전시돼 있다.

모진 겨울을 보내고 생명이 움트는 봄날, 험난한 인생의 역경 속에서도 연민의 사랑을 꽃피웠던 박경리 선생의 삶이 묻어난 옛집과 소설 토지를 배경으로 한 테마는 언제나 여행자를 반갑게 맞을 준비가 돼 있었다.

박경리문학공원 지도. (출처: 박경리문학공원 홈페이지)
박경리문학공원 지도. (출처: 박경리문학공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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