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만나본 박물관] “진정한 도(刀), 해하는 게 아닌 충효예 의미 담겨”
[이달에 만나본 박물관] “진정한 도(刀), 해하는 게 아닌 충효예 의미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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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기록된다. 역사는 미래를 바라볼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겨진 유물은 그 당시 상황을 말해 주며 후대에 전해진다. 이 같은 역사적 기록과 유물을 보관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장소가 박물관이다. 이와 관련, ‘이달에 만나본 박물관’ 연재 기사를 통해 박물관이 담고 있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박종군 장도장(粧刀匠, 국가무형문화재 제60호)이 장도 제작과정을 선보이고 있다.ⓒ천지일보 2019.4.19
박종군 장도장(粧刀匠, 국가무형문화재 제60호)이 장도 제작과정을 선보이고 있다.ⓒ천지일보 2019.4.19

1만번의 망치질 거쳐 탄생
치장보단 예리한 날이 생명
‘一片心’ 글자 장도정신 담아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길이는 한 뼘 정도. 은으로 장식돼 있고 노리개와 함께 옛 여인네들이 늘 품에 매달았던 작은 칼. 바로 ‘은장도’다. 절개의 상징이던 은장도. 오랜 역사 속에서 사용됐던 장도는 남녀 구별 없이 허리띠나 주머니 끈에 차고 다니면서 호신용과 장신구 겸용으로 사용돼 왔다.

그 역사적 가치를 알리는 곳이 있으니 전남 광양시 광양장도박물관(전수관)이다. 전국 유일의 장도박물관인 이곳의 관장인 박종군 장도장(粧刀匠, 국가무형문화재 제60호)은 “진정한 도(刀)는 남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충효예’를 위해 정신을 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도, 언제부터 사용했나

‘장도(粧刀)’는 몸에 지니는 칼집이 있는 작은 칼이다. 패도(佩刀)와 낭도(囊刀)의 복합어로 평소 몸을 치장한다고 하여 치장 장(粧), 칼도(刀)를 써서 장도 라고 부른다.

칼날과 칼집을 만드는 재료는 다양하다. 먼저 금·은·옥·비취·호박 등 귀한 보석류가 있다. 상아나 쇠뼈인 우골, 어피(상어껍질), 대나무, 오죽 등도 사용됐다. 강철로 된 칼날은 물과 불에 수십 번 담금질하고 연마해서 강하며 질기게 만든다. 장도의 모양은 원통형·팔각형·타원형·네모형 등이 있으며 재료와 형태, 조각의 문양에 따라 이름을 지었다.

광양장도박물관 외관 ⓒ천지일보 2019.4.19
광양장도박물관 외관 ⓒ천지일보 2019.4.19

장도의 시작은 선사시대 석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석검을 자세히 보면 허리춤에 차기 좋게 만들어졌고 조형미가 매우 뛰어나다. 어떤 것은 사용하기에 불편할 정도로 멋을 부린 것도 있다.

이후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를 거치면서 새로운 칼이 만들어졌다. 삼국시대 때부터 이미 작은 칼을 장식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라의 군졸들이 차던 나무로 만든 요패의 장식물 중 장식용 칼이 있고, 경주 금령총에서는 남자용 순금 장도가 출토된 것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고려의 역사를 적고 있는 ‘고려사’에도 작은 칼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장도가 일반화돼 권위와 신분의 상징으로 옷고름에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 후기에는 남자는 허리띠에, 여인들의 가슴에 지녔다.

박종군 장도장(粧刀匠, 국가무형문화재 제60호)이 장도 제작과정을 선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9
박종군 장도장(粧刀匠, 국가무형문화재 제60호)이 장도 제작과정을 선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9
박종군 장도장이 장도 제작과정을 선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9
박종군 장도장이 장도 제작과정을 선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9

◆나를 지키기 위한 ‘도(刀)’

그런데 칼을 뜻하는 도구라도 ‘검(檢)’과 ‘도(刀)’는 한자 풀이부터 다르다. “‘검’은 적을 찌르고 죽이기 위한 수단으로 칼날이 양날이지만, ‘도’는 칼날을 부러뜨리거나 밀어내기 위한 용도로 주로 물건을 자르거나 베는데 사용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는 타국과는 다른 칼 문화를 갖고 있었다. 박 장도장은 “일본의 니뽄도(日本刀)는 전 세계적으로 전쟁용 무기로 알려져 있다. 전쟁을 위해 칼날이 좋아야하고 도금술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선비의 나라인 우리나라는 남을 해치는 게 아니라 자기를 보호하는 호신용 칼이 발달했다”며 “우리 조상은 장도에 상대를 해하는 도가아니라, 국가에 대한 ‘충’, 부모에 대한 ‘효’, 사람 간의 관계인 ‘예’를 담아 후손에게 물려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칼에 정신 문화는 담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장도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펜장도 ⓒ천지일보 2019.4.19
장도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펜장도 ⓒ천지일보 2019.4.19

◆장도 속에 ‘복(福)’ 담다

보통 장도에는 청렴을 의미하는 산수나 장수를 의미하는 십장생 등을 그려넣었다. 이에 대해 박 장도장은 “문양의 의미는 바로 ‘복(福)’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도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모두 177번의 공정과 1만 번의 망치질을 거쳐야 하는데 가장 먼저 칼을 만들어야한다. 칼의 몸인 도신은 강철을 제련해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본디 장도의 생명은 화려한 치장보다 예리한 날에 있는 것이다.

특히 박 장도장은 그의 부친(박용기 장도장)이 그러했듯 칼날에 ‘일편심(一片心)’이라는 글귀를 새겨 넣고 있다. 장도정신인 충효·지조에 대한 상징적 표현이다. 박 장도장은 “장도는 남을 해치지 않는다. 또 살아가면서 드는 마음에 심긴 악한 마음을 장도정신을 생각하며 뽑아내버린다”라며 “이것이 선비들이 지켜온 정신이자 후대에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장도 ⓒ천지일보 2019.4.19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장도 ⓒ천지일보 2019.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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