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0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0

민주·평화, 법사위 전체회의 불참

與 “두 후보자 동시 채택” 고수

野 “문형배만… 이미선 사퇴해야”

[천지일보=김수희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18일 결국 무산됐다.

이로써 청문보고서 채택은 문재인 대통령이 요청한 보고서 송부 기한인 18일을 넘기게 됐다.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오는 19일 현지 전자결재 방식으로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에 전체회의를 열어 이들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문 후보자 청문보고서만 ‘적격’ 의견으로 채택하자는 입장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두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모두 채택하지 않으면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며 회의 자체를 보이콧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회의가 열리지 않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야는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2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회의가 열리지 않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야는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2

개회 전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여당 의원 참석이 없더라도 문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안건에 대한 상정을 감행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법사위에서 간사 간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안건을 상정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그런 말씀은 위원장의 굉장히 독단적인 진행”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상당히 많은 위원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위원장이 (안건을) 처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법사위 운영이 분열되지 않을까 싶다”며 회의장을 떠났다.

하지만 여 위원장은 “물론 3당 간사 간에 명시적인 합의가 없기 때문에 저도 부담을 느끼긴 한다”면서도 “대통령이 요구한 청문보고서 채택 안건을 상정도 못하고 만다면 그게 무슨 위원장이겠냐”며 회의를 열고 안건을 상정했다.

한국당과 미래당은 여당이 빠진 상태에서 문 후보자 청문보고서만이라도 채택하려고 했지만 의결정족수 미달로 결국 무산됐다.

의결을 위해선 법사위 위원 18명 중 과반인 10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불참으로 참석한 야당 의원 수가 9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 위원장은 박 의원의 불참에 대해 “참석하겠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보내왔다”며 “보고 받기로는 민주당 쪽에서 불참을 종용하지 않았겠냐는 의견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위원장이 전화를 주기 전 이미 법사위 불참을 통보했다”며 “간사 간 합의 없는 상정이기에, 그리고 예정된 목포 일정이 있어 법사위에 참석하지 않고 목포로 간다”고 밝혔다.

두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법사위 전체회의가 민주당의 보이콧으로 무산된 것은 지난 12일에 이어 두 번째다. 때문에 이날 야당 의원들은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자유한국당 김도읍 법제사법위원회 간사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야는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2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자유한국당 김도읍 법제사법위원회 간사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야는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2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이 후보자의 청문 과정에서 증여세 탈세, 논문 표절, 주식거래 등 크게 세 가지 의혹이 제기됐다”며 “의혹이 어떻게 해소됐는지 구체적인 답변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궁색해진 청와대와 민주당은 정치적 중립성, 높은 학식, 객관적 지식·지혜가 필요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게 새로운 논거를 만들었다”며 “그것은 40대·여성·지방대라는 것이다.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지금이라도 이 후보자는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문 대통령은 국민께 진정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은 여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보이콧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두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했고, 국회는 반드시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발목 잡고 안 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여당은 정말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임 재판관인 조용호·서기석 재판관의 임기가 이날로 종료되고, 법사위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면서 문 대통령은 이르면 19일 이들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까지 청문보고서가 도착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이 내일 임명안을 결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두 후보자가 임명되면 현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헌법재판관 등 포함) 이상 인사는 15명에 이른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선 17명, 박근혜 정부에서는 10명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이 됐다.

인사청문 논란으로 꼬인 정국에 헌법재판관 임명까지 강행할 경우 정국 경색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문 대통령 임명 강행 가능성과 관련해 “만약 대통령이 끝끝내 임명을 강행한다면 우리 당은 원내외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과 함께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한국당은 20일 장외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5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5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