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이 내주 개최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 한 현지 언론이 밝힌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사 격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 주변을 시찰했다는 일본의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를 종합하면 내주 중반 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러 정상회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부터 27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열린다. 이 포럼에 참석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 도착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을 먼저 만나는 셈이다. 성사된다면 지난 2011년 이후 8년 만의 북러 정상회담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3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잠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다시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회의를 통해 사실상 ‘김정은 2기 집권체제’를 구축했다. 주목할 대목은 그 직후 김 위원장의 행보가 군사안보 문제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16일 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17일에는 국방과학원을 방문해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소식이 구체화 된 것이다. 메시지는 간단해 보인다. 약간의 시간을 두고 3차 북미 정상회담을 모색하면서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지이다. 자칫하면 김 위원장이 다시 군사안보 이슈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 가능성을 더 객관화하기 위해 직접 러시아로 가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북러 관계의 신뢰성을 높이고 일부 대북지원까지 얻어 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동시에 시진핑 주석을 만나는 푸틴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테이블을 걷어찬다고 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핵 위기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과 가능성이 없는 것은 다르다. 체제위기가 다시 불거질 경우 김 위원장이 다시 핵무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런 상황이 정말 최악이다. 북러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문재인 대통령도 다시 구두끈을 조여야 한다. 좀 더 현실성 있고 디테일한 방안을 놓고 남북미가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 마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러시아를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의 뜻이 분명히 전달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도 보다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야 한다. 시간은 누구의 편도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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