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다. 조현병 증상이 있는 40대 남성이 홧김에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도망가는 주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주민 5명이 사망했고 10여명이 다치는 참사가 빚어졌다. 희생자는 모두 이웃 주민이었고 12세 여아와 70대 노인도 있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묻지마 범죄는 그야말로 방비할 틈도 없이 일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좀 달랐다. 피의자 안씨의 행각은 그간 엽기적이었다. 보다 못한 주민들과 아파트관리소가 보름 전 안씨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도저히 대화가 안 된다”며 그냥 돌아갔다. 진주시도 안씨의 정신질환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정신질환자로 인한 묻지마 범행을 막는 제도는 1995년에 이미 생겼다. 이 때문에 민원을 접수 받았다면 지자체는 강제진단과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경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강제진단과 치료를 감행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안일함과 무능이 나은 결과인 셈이다.

그간 묻지마 범죄는 잊을만하면 있어왔다. 대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살인사건 가운데 이러한 우발적 범죄가 2015년 37.7%(401건), 2016년 38.8%(403건), 2017년 41.9%(438건)로 나타났다. 하루에 한 번꼴을 이미 넘었다.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가 이상 행동을 보이는 정신질환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부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우발적 범죄 가능성이 있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대응지침이 있는지 확인하고 지자체와 경찰 등이 적절히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 또 매뉴얼대로 행하지 않아서 비롯된 결과에 대해선 지자체와 공권력에도 책임을 물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발적 범죄 가능성이 있는 정신질환자가 늘어난다는 통계도 우려스럽지만 부실한 사회안전망은 더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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