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칼럼] 낙태죄와 태아의 생명권 주체성
[인권칼럼] 낙태죄와 태아의 생명권 주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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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교수

 

헌법재판소는 2012년 판결에서 형법에 규정된 낙태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다. 당시 이 사건은 형법의 자기낙태죄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헌재는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며, 이러한 생명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기 때문에 태아가 비록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하여 엄마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엄마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되어야 하며,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그에 대한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 판결 후 약 7년이 흘렀고, 얼마 전 다시 낙태죄가 위헌소원으로 헌재의 심판대에 올라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다. 지난 결정에서는 4인의 재판관이 위헌의 반대의견을 내면서 합헌이 되었지만, 이번 결정에서는 재판관 4인의 헌법불합치, 3인의 위헌, 2인의 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다. 헌재가 낙태죄를 위헌이라고 한 것은 임신·출산·육아는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임신한 여성이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 결정이고,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그 보호정도나 보호수단을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헌재가 낙태죄가 위헌이라고 본 것 중에는 산부인과 학계의 의견도 고려됐다. 학계는 현재 최선의 의료기술과 의료 인력이 뒷받침될 경우 태아는 임신 22주 내외부터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인 생존을 할 수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할 때 22주 이전에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보호해야 하고 낙태를 허용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모자보건법을 보면 임신 24주 이내에서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를 규정해 유전적인 질환, 중대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중강간,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인척간의 임신 또는 모체의 건강에 심각한 침해를 가져오는 경우 합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의 결정으로 이제 임신 22주 이내에서는 낙태가 가능하기 때문에 구태여 모자보건법상 규정들을 적용해야 하는 의미가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태아가 생명권의 주체가 되려면 최소 임신 22주는 지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민법 제762조의 태아의 손해배상청구권 인정규정이나 제1000조 제3항의 경우 태아의 상속순위에 관한 규정도 개정돼야 한다. 왜냐하면 태아의 생명권 주체로서 독자성은 임신 22주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낙태죄의 보호법익은 태아의 생명권 보호인데, 이전 헌재 결정에서도 반대의견은 임신 전과정의 낙태죄 적용은 문제가 있다고 보면서 임신초기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우위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결정은 태아의 생명권 주체성을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태아의 생명권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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