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

 

“이건 세계 최초의 철갑선인 거북선이오. 우리는 300년 전에 이런 배를 만들었던 민족이오! 믿고 돈을 빌려주시오!”

1971년에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며 영국 바클레이 은행을 설득해 허허벌판 울산에 조선소를 지었다.

당시는 500원 지폐에서 보듯이 거북선이 세계 최초의 철갑선으로 알았다. 과연 거북선은 (1)이순신이 처음으로 만들었고, (2)세계최초의 철갑선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과장된 것이다.

거북선은 이순신이 처음 만든 것은 아니다. 종래의 거북선을 개조한 돌격전투함이다. 거북선은 태종 때부터 있었다. 1413년(태종 13) 2월 5일자 조선왕조실록을 읽어보자.

“임금이 임진강 나루를 지나다가 거북선과 왜선이 서로 싸우는 상황을 구경하였다.”

1415년 7월 16일자 태종실록에도 거북선이 등장한다. “좌대언(左代言) 탁신(卓愼)이 병비(兵備)에 대한 상소를 했다. 거북선의 방식은 많은 적과 충돌하여도 적이 능히 해하지 못하니 가위 결승(決勝)의 좋은 계책이라고 하겠습니다. 다시 견고하고 교묘하게 만들게 하여 전승(戰勝)의 도구를 갖추게 하소서.”

이순신은 임진왜란 발발 하루 전인 1592년 4월 12일에 전라좌수영에서 거북선 진수식을 하였다.『난중일기』에 나온다. “4월 12일 맑다. 식사를 한 뒤에 배를 타고 나아가 거북선에서 지자(地字)·현자(玄字) 포(砲)를 쏘았다.”

거북선은 이순신이 2차 출전한 5월 29일 사천해전에서 처음 등장했다.

거북선 돌격장 이언량·이기남이 지휘하는 거북선 2척은 왜군 지휘선을 향해 돌격해 일본 수군을 놀라게 했다.

이어서 한산도해전(7월 8일), 부산포해전(9월 1일)에서도 거북선은 돌격선의 위력을 발휘했다.

다음으로 거북선은 철갑선인가 하는 점이다. 선조수정실록 1592년(선조 25년) 5월 1일자에 거북선의 모습이 기록돼 있다.

“이순신은 전투 장비를 크게 정비하면서 자의로 거북선을 만들었다. 배 위에 판목을 깔아 거북 등처럼 만들고 그 위에는 군사가 겨우 통행할 수 있을 만큼 십자(十字)로 좁은 길을 내고 나머지는 모두 칼·송곳 같은 것을 줄지어 꽂았다. 앞은 용의 머리를 만들어 입은 대포 구멍으로 활용했으며 뒤에는 거북의 꼬리를 만들어 꼬리 밑에 총 구멍을 설치하였다. 좌우에도 총 구멍이 각각 여섯 개가 있었으며, 군사는 모두 그 밑에 숨어 있도록 했다.

사면으로 포를 쏠 수 있게 하였고 전후좌우로 이동하는 것이 나는 것처럼 빨랐다. 싸울 때에는 거적이나 풀로 덮어 송곳과 칼날이 드러나지 않게 하였는데, 적이 뛰어오르면 송곳과 칼에 찔리게 되고 덮쳐 포위하면 화총(火銃)을 일제히 쏘았다. 그리하여 적선 속을 횡행(橫行)하는데도 아군은 손상을 입지 않은 채 가는 곳마다 바람에 쓸리듯 적선을 격파하였으므로 언제나 승리하였다.”

이를 보면 거북선은 판옥선 위에 덮개를 씌운 배이지 철갑선은 아니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있는 ‘충무공이야기’ 전시관에도 “거북선은 판옥선 위에 덮개를 덮고 창칼을 꽂아 적이 뛰어 오르지 못하도록 만든 돌격용 전투함”이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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